독서토론

독서클럽 최종보고서

2018년 11월 29일 2768

도서명 : 소년이 온다
팀명 : 독식주의자
멘토 : 이호신 교수님
팀원 : 김서진 (문헌정보학과 16), 김수연(문헌정보학과 16), 박명현(문헌정보학과 16)
일시 : 2018.10.29 ~ 11. 26. ( 1~4 주차)

-줄거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시위대의 행진 도중 총에 맞은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동호가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다 시민군에 참여하여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죽은 정대의 혼과 정대의 어머니 등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고통 받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주차별 모임

독서클럽 1주차
주제: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이유는?

김서진: (215p) “그의 오른편과 왼편 무덤은 모두 고등학생들의 것이었다. 아마도 중학교 졸업 사진일 검은 동복 차림의 앳된 얼굴들을 나는 들여다보았다고, 총을 맞고 바로 숨이 끊어졌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고, 이상하게 열기 띤 눈으로 내 동의를 구했다. 동생과 나란히 도청에서 총을 맞았으며 동생과 나란히 묻힌 고등학생 하나는 바로 안 죽고 살아 있다가 확인사살을 당했던 모양이라고 이장하면서 보니 이마 중앙에 구멍이 뚫리고 두개골 뒤쪽은 텅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 바로 즉사했다는 거에 대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그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가 오히려 극대화되었다. 무서움, 참담함, 폭력성이 강하고 크게 느껴졌다.

김수연: (116p)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미디어를 통해 5월 민주화운동의 단면적인 모습만을 바라봤다. 그러나 한 시민군이 독백하는 116p를 읽은 후 광주 민주화운동은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으로만 이해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민군이 나라를 바꾸겠다는 대의를 위해 운동에 참여한 한편, 또 다른 시민군은 많은 사람과 함께 ‘빛나는 양심’을 지킨다는 기쁨에 운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고문을 당한 후엔 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운동권을 등진다. 어떤 동기로 참여했든 참여한 것을 후회하든 그 선택을 쉽게 재단하고 비난할 순 없다. 이제까지 나는 피해자는 언제나 흠 없이 선해야 하며 그 동기 역시 순수해야만 하고, 변절해선 안 된다는 편견에 갇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군의 동기를 다시 한번 고민하고 사건을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박명현: (17p)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 이 문장에서 관에 태극기를 두르고 애국가를 부른 주체는 군인들이 아닌 유족들이었지만, 이를 통해 전두환 정부와 군인들의 위선적인 태도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광주 시민들을 외무로부터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자비한 학살을 저질렀으며 그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그래서 유족들은 이러한 군인들에게 대항한 시민군들이 안타깝고, 민주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 태극기를 두르고 애국가를 부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45p)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 소중한 아들과 손녀를 한순간의 잃은 할아버지의 분노가 느껴졌다. 군인들은 시민군들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의 생명까지도 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에서 필자 역시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62p), “뼈가 드러난 몸들의 혼은 어느샌가 멀어져, 더이상 어른거리는 그림다가 느껴지지 않았어. 그러니까 마침내 자유였어. 이제 우린 어디든 갈 수 있어.”
> 얼마나 고통스러웠길래 오히려 죽음이 자유롭다고 느낄 수 있는 그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들은 죽을 때조차도 왜 죽는지 모르고, 죽고 나서도 아무렇게나 방치된 자기 자신의 몸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매우 고통스럽고 원통하겠지만 하늘에서는 그들이 부디 편히 쉬기를 바란다.

독서클럽 2주차
주제: 책 속의 군중심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김서진: 숭고함보다 이기심이 군중심리와 만나서 이기심이 극대화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군중심리란.누군가 나서면 별 생각 없이 휩쓸려서 나서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한 시민과 조직에 복종. 충성하는 군인을 군중심리로 보는 것이 맞을까에 대해서는 정치적 각성이 있는 시민을 자칫 폄하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 시민과 군인을 군중심리를 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2차 토의를 했다.

김수연: 책 속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치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는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다만 이와 같은 관점은 518 민주화 운동과 같은 특수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일어난 모든 일은 군중심리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이 없다고 잘못 해석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어떤 긴박한 상황일지라도 군중이라는 이름 하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모든 야만적인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도하지 않았든, 군중심리에 따른 것이든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스스로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또한 토론 중 군중심리라는 부정적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시민군의 숭고한 신념이 폄하될 우려가 있으며, 군인의 행동 역시 군중심리가 아닌 애국심과 같은 개인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이호신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군중심리라는 용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고찰할 수 있었다.

박명현: 본문 중 ‘인간은 본디 매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데, 다수가 만났을 때 더욱 극대화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단지 이기심과 양심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인 시민과 조직인 군인을 군중심리라는 동일선상에 두어선 안되며, 군중은 자칫 그들의 노력을 폄하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또한 하나의 사건이 세대를 아울러 개인과 지역의 사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교수님과의 토론을 통해 배웠다.

독서클럽 3주차
주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누구이며, 소설이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써져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김서진: 한 인물이 아닌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전개됨으로써 그들의 아픔과 고통, 잔인함을 극대화하여 인간 존엄성이 왜 이토록 무너지는가? 인간의 폭력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함 같다

김수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등장인물은 에필로그에 등장했던 작은 형이었다. ‘소년이 온다’는 동호를 비롯한 동호의 가족, 친구, 심지어 동호와 알지 못했던 낯선 사람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은 형의 시점만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고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에 부정적인 태도까지 보여, 그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에필로그에 다다라서야 정대와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진술한 사람이 작은 형이라는 것을 알았고, 작은 형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생겼다. 중요해보이지 않았던, 혹은 경계심을 들게 만드는 인물 한 사람마저 민주화 운동의 상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은 사람들의 여러 시각을 통해 사건을 더 다면적으로,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시민군부터 끝내 등을 돌린 사람까지 어느 한사람 빠질 것 없이 이해가 되었다.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다.

박명현: 여러 인물의 시점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어서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5.18 당시 상황뿐만 아니라 그 이후 상황을 통해 아직까지 괴로워하는 광주시민들을 보여줬다. 또한 동호와 동호의 가족. 지인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진행된 점에선 나와 내 가족. 지인.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생각해봤다.

독서클럽 4주차
주제: 책의 제목인 ‘소년이 온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서진: 그날,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죽음은 숭고하다. 그러나 아직 피지 못한 애틋한 소년의 죽음은 5.18 민주화항쟁이 얼마나 잔인하고 어린소년이 참가하여 자신의 죽음을 받칠 만큼 얼마나 되찾고 싶었는가를 보여준다. 그런 소년이 독자에게 와서 5월18일 광주를 기억해달라고 목 놓아 부르짖는 것 같다.

김수연: ‘소년이 온다’는 동호의 어머니가 어릴 적 동호와 길을 걷던 기억을 회상하며 끝난다. 뜨거운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그늘로 향하려는 어머니에게 정대는 밝은 곳으로 걷자고 손을 잡아 이끈다. 동호를 비롯한 그 날 광주의 모든 사람들이 밝은 곳으로 향하는 것, 즉 모든 진실이 알려지고 우리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 이 책의 의도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 ‘소년이 온다’는 소년 동호와 광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한 여름 밝은 쪽으로 걷는 것은 너무 뜨거워 데일 수도 있고, 땀이 나고 힘겨울 수도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는 것도 그렇다. 진실을 직면하는 것은 우리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고 그 과정이 너무 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온다와 같은 책을 비롯한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민주화 운동의 이야기가 진술되고 다른 이들은 경청하는 지금의 과정은, 우리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반드시 넘어야 할 문턱일 것이다.

박명현: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은 동호이다. 동호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광주시민, 혼, 민주화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소년(동호)은 내게로 다가와 점점 가까워진다. 5.18 진상규명, 촛불집회 등을 통해 그들의 정신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최종 후기

김서진: 5.18때 일체 언론통제로 인해 당시 서울에 있는 엄마는 광주에 무슨 일이 났다고만 알고, 아빠는 군대에 있어서 다행히 현장에 실제로 투입되지 않았지만 명령에 따라 집합 훈련을 매일 받았다.
그래서 5.18이라고 그러면, 물론 잔인하고 울분이 터지지만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나에게 고스란히 와 닿기 어려웠다. 그러나 여러 시점에 씌인 소년이 온다 책도 읽고, 당시 연대생 이었던 교수님께서 시위도 나가보고 시위도중 다친 선배를 위해 모금함도 모은 교수님의 생생한 이야기가 그들의 죽음이 얼마나 숭고하고 대단한가에 대해 맘이 아프고 더 알고 싶어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도 찾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귀중한 독서토론을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다.

김수연: 한강 작가의 책은 한번쯤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첫 작이 ‘소년이 온다’가 될 것은 예상치 못했다. 사실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영화나 책은 한번 볼 때마다 너무 큰 충격과 감정소모를 겪어야만 했기 때문에 ‘소년이 온다’를 읽는 것도 망설여졌다. 역시나 책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적나라한 묘사와 처참한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에 이입이 되어 힘들었고 독서클럽의 진행도 걱정되었다. 그러나 한 주씩 조원들과 토론을 진행해나갈수록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책의 깊은 면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운동이 일어났던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교수님 덕에 광주 민주화운동의 자극적인 부분이 아닌 사건 이면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동호가 죽은 뒤, 광주 민주화 운동이 끝나고 다시 광장의 분수대가 켜진 이후의 이야기들. 사실 이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 책마저도 죽은 동생을 잊지 못한 작은 형의 진술로 써진 책이 아니던가. 처음엔 망설였지만, 이 책을 읽은 덕분에 가장 잔인하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일수록 피해자들의 진술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져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상처가 진정으로 아물기 위해선, 우리는 그 날의 기억을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아니라 그 날의 기억을 들어주어야 한다.

박명현: 소년이 온다’는 평소 읽고싶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읽어보니까 작가 특유의 문체나 표현이 인상 깊어 한번 더 의미를 곱씹게 되는 작품이었고, 이 책을 통해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하나의 책을 두고 4주동안 얘기하려니 걱정되었지만 친구들과의 토론을 통해 같은 감정도 공유하고 내가 놓쳤던 다른 의견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이호신교수님으로부터 경험담과 당시 사회적 배경을 들으니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졌다.
이외에도 친구들과 교수님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여서 다음에도 시간이 된다면 신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