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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댄스 2

댄스 댄스 댄스 2

무라카미 하루키문학사상사2005년 8월 20일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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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3부작<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에 이어 공식적인 속편은 아니지만 내용이 이어져 있는 댄스댄스댄스1,2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토록 하루키의 책에 빠지게 된 계기는 친구에게 <상실의 시대>를 추천받아 읽고 난 후 였다. 물론 내가 지금 제일 좋아하는 작가를 밝힌다는 것은 충분히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기에 어쩌면 가벼운 행동일 수 있지만, 누군가 좋아하는 작가를 물어본다면 당분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답할 것 이다.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 나는 내 표정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독서를 한다기보다 친한 친구 혹은 형에게 가만히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물론 나의 독특한 취향 때문이겠지만 그의 잔잔한 유머와 ‘이상한 사람’스러움은 나로하여금 미소짓게 한다. 하지만 이토록 그의 책이 내 마음을 이끈 것은 단순히 그의 유머따위만은 아닐 것이다.
   
  <댄스댄스댄스1,2>는 이전의 그의 책들 속에서의 주제인 ‘상실’에서 현실로의 회복, 즉 재생을 담은 책이다.  주인공은 많은 것들을 상실해왔다. 그는 가깝던 친구인 쥐와 여자친구를 죽음으로 잃고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 현실과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본인과 현실을 다시 연결시키기위한 노력들을 한다. 그 노력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댄스댄스댄스, 즉 춤을 추는 것이다. 그는 돌핀호텔에서  양사나이를 만난다. 양사나이는 주인공이 현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로서, 주인공에게 현실로의 회복을 위해서 춤을 추라는 조언을 한다.  음악에만 집중하며 아주 멋있게, 다른 사람의 발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열심히 춤을 추라고한다. 조언에 맞춰 주인공은 스텝을 멈추지않고 끊임없이 춤추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일들을 겪었다. 또 매듭지어지지 않은 일들을 매듭짓기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계속된 춤, 노력 덕분에 결국 그는 현실과 연결되었다. 상실(관념) 속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상실에서 빠져나온 것이 아닌 상실을 실제 현실과 연결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문장은 더 이상 허무하고 흐리멍텅한 것이 아닌 현실적이고 명료한 것이 되었다.
  
  
  그가 상실,관념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 풀린 끈을 매듭지으려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에게 연민을 넘어 공감했다.  분명 나는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여러사람들과 연결된 나는 나의 그림자를 갖고 있지 않았다. 맙소사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나 역시 정확한 설명은 힘들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상실감의 한 종류인 것이다. 허무함이라고도 불리는. 물론 나라는 표면적 존재는 언제나 존재한다, 죽기 전까지는. 하지만 한동안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얼해야 옳은지에대한 질문에  답을 못하며 이면의 나는 모습이 흐릿해져갔다.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나 역시 현실로의 연결이 필요한 것이다.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위해 혹은 곁에 두기위해 생기를 갖는 현실로. 그래서  나 또한 양사나이의 조언대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노래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스텝을 밟기로 했다. 또한 도중에 주변인의 발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기로 했다. 열심히 춤추기로 했다. 다가오는 모든 현실(운명)에 스텝을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한다면 다시 현실감을 찾게되리라, 생동감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리라. 그럼  하루키 역시 나에게 공감해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