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라파고스 세대 (그러니까, 우리)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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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세대 (그러니까, 우리)

갈라파고스 세대 (그러니까, 우리)

이묵돌생각정거장2020년 4월 15일
노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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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마케팅 쪽에서 가장 핫한 단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언컨대 ‘MZ 세대’라고 말할 것이다. 지나치게 큰 틀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경향성을 파악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는 한참 빗나갔지만 어쨌든 ‘요즘 사람’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기는 아주 좋은 말이니까.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행태를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 많았고 그것이 정설처럼, 혹은 가벼운 밈처럼 소비되기도 했다. 나조차도 이러한 세대 구분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관련된 기사나 책을 많이 읽어보고는 한다. 확실히 사람의 구미를 당기는 소재임은 틀림없다는 뜻이 되겠다.
  나는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어서 생각이 복잡해질 때면 가서 책들의 제목을 쭉 보고는 한다. 이 제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 책을 대표하는 것일지, 내용이 어떨지, 표지와 제목은 어떻게 이 책을 장식하고 있는지 등을 보다 보면 이렇게 흥미로운 세계가 또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다 문득 이 책의 제목이 나의 시선을 빼앗았다. 갈라파고스 세대라니. 이번 학기에 들은 과학 교양에서 중요하게 나왔던 지역 중 하나라 머릿속에 강력한 이미지 하나가 남아있었고, ‘갈라파고스’라는 섬의 이름과, ‘세대’라는 시선을 빼앗는 치트키같은 단어, 그리고 각도에 따라서 은은하게 다른 무지개빛을 내는 홀로그램의 책 표지가 자꾸 자신을 읽으라며 졸라댔다.
  이 책은 단락 하나를 시작할 때마다 짧은 카톡 대화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할 카카오톡은 편리하지만 그것이 곧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카카오톡을 통해 전해지는 이해 없는 소통으로 속이 답답해 질 때 즈음 그 답답한 내용을 말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읽을 때마다 정말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나에게 맞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맞다고 느껴지는, 그런 심리학 용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러한 심리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일 거라고 감안하고 보더라도 수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적혀있다. 그 중 하나가 카카오톡이었고, 코인 투자며, 시비 걸기와 가르치기가 일상화된 우리의 모습이며 또한 우리의 하이라이트를 전시하는 인스타그램이다. 
오늘날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 아는 것도 쉽지가 않고, 때문에 우리가 노력해서 되어야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도 알기가 어렵다. 그저 지금보다 발전하고 나아졌을 사회의 모습을 그리며 나 역시도 지금보다 더 많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노력으로 된다고 생각했는데 노력은 뚜렷한 방향성과 목적성을 가졌을 때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무엇을 노력해야 할 지 ‘제대로’알지 못 할 때에는 번아웃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그런 시기에 살고 있고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각자만의 섬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그 세계가 공격 당하면 발 밑이 무너질 것 같은 거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우리를 가볍게 혹은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내 섬에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고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로또가 당첨되지 않은 마당에야, 혹은 로또가 당첨됐다고 하더라도 사회로 나아가지 않고서 혼자 살아남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를, ‘나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고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위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공감이라는 어렵고 큰 감정을 건드린 이 책을, 모든 갈라파고스 세대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