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사내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세상 공부)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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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세상 공부)

검사내전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세상 공부)

김웅부키2018년 1월 19일
조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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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또라이 검사’이야기
법과 재판에 관한 이야기여서 법에 문외한인 나에게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김웅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재치와 입담 덕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대략적으로 두부분으로 나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웅 검사님께서 검사실에서 겪었던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신기하고 기괴한 사기꾼들의  이야기들과 작가의 생각이 나오는 부분과

책의 뒷부분에서는 회복적 사법의 필요성, 법률시장이 직면한 현실 등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다루고 그에 대한 김웅 작가님의 신념과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다.

 

“법을 공부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이 보여. 우리가 생각할 땐 분명 사기인데 합법적으로 이걸 빠져나갈 수 있는 거야”(p.11)

현재 대한민국은 사기꾼들도 너무 많고, 그만큼 억울하게 사기를 당하는 약자들도 많다. 김웅 작가님는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법의 모순적인 면을 일일이 언급했다.

작가님은 대한민국을 ‘사기 공화국’이라고 표현하며 ‘사기는 남는 장사’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대한민국에서는 한 해에 24만건의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고 처벌도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책의 1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사기가 행해지고 얼마나 어려운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며 사는지 알 수 있다.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은 큰 위기이다. 재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김웅 검사는 말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여럿이 모이면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집단 지성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18급 100명이 머리를 짜낸다고 이창호 국수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럿이 모일수록 그 집단이 빠진 오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오류에 빠진 사람이 오류에 빠진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확신을 주기 때문이다.”(p.78)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은 사기꾼의 말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더 쉽게 판단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한 번 오류에 빠지면 어떤 증거와 사실을 보여줘도 그들은 자신들의 오류를 수정하거나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사기꾼들의 접근이 없었다면 당연히 피해자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꾼 천지인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도 조심성과 신중,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 또한 내가 속한 집단에서 어떤 오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 해야겠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때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 편을 들어 조용히 끝내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학생들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p.185)

김웅 작가님은 사기 범죄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작가님은 왜 피해자였던 학생들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지만 말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파헤친다. 그 이유는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상황은 더 악화되고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해자는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피해자는 더 큰 보복과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가해자의 속죄가 사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작가님은 말하고 있다. 굳이 가해자를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며 피해자인 학생들에게 화해를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검사내전은 평소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또한 김웅 검사가 겪은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변화의 시기에 법과 제도의 본질을 생각해보고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대인 모두의 과제라는 것을 알려주며 복잡한 세상을 지탱하는 규칙인 ‘법’에 대해 사유하는 행위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현대인에게 크고 작은 통찰을 줄 것이라고 말해준다. 비록 마지막장에서는 법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고 나오지만, 이러한 법의 본질적인 문제를 알고 있음으로써 옳은 방향으로의 긍정적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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