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베라는 남자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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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다산책방2015년 5월 20일
김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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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누구 에게던 공평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늦든 빠르든 항상 우리의 곁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 죽음에 대비 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지인의 죽음이라 하더라도. 공평한 죽음일지라도 그것이 슬프지 아니 할리가 없다. 우리는 늘 상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에, 슬픔에 짙눌려 살아간다. 그리고 그 슬픔은 망각이라는 서글픈 파도에 휩쓸려 마모 되어 작은 모래알이 된다. 잊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망각에 휩쓸려 잊혀진다 할지라도 그것의 잔재는 남아있다. 모래알이 되어서 라도 확실히 그곳에 존재한다.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아무리 닳고 닳아도 작아질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마음 속 한 켠에 모이고 모여 모래밭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오베는 노인이다. 그는 긴 마라톤 같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죽음을 겪어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남은 사랑 또한 죽음의 곁으로 떠나버렸다. 그것은 부조리한 죽음이었다. 오베가 상상하지 못한 죽음이었으며, 그가 버틸 수 있는 죽음 또한 아니었다. 그의 나이는 망각이라는 것을 버틸 정도의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으며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너무나 소중했기에 그는 잊혀지기를 원치 않았다. 오베의 시간은 그녀의 죽음에 의해 끝나 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슬픔에 짙눌리고 그 절망에 헤어 나오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다. 그는 그녀가 죽기 전의 일상을 계속 겪는다. 언제나의 일상 이건만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무덤에 들린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 슬픔에 짙눌린 그는 그녀의 그림자가 가득 찬 집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소설의 시작이다.
 
 
 물론 이 소설, 비극은 아니다. 비극은 커녕 아주 가벼운 희극과 같은 글이다. 글을 읽는 내내 유쾌한 기분이 끊이질 않았다. 슬픔에 묻힌 노인인 주인공 오베는 우리가 상상하는 ‘꼰대’ 라는 이미지 그대로 였고,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오베라는 이 남자의 새로운 황혼기를 다루는 이야기 이다. 죽음을 원하는 노인의 이웃으로 오는 유쾌한 가족들을 시작으로 점점 엮여 오는 인간관계들. 그들은 오베라는 인간의 관점으로 보면 한심한 사람들 이지만 그들은 도움을 원한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깊은 고민일 때도 있으며 새로 산 이케아 옷장을 조립하는 사소한 고민일 때도 있다. 오베는 자신의 평안한 죽음을 위해 그들을 돕는다. 그리고 자신의 필요를 입증한다. 그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그가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망각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덮어 씌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오베는 소설이 끝날 때 까지 그녀를 잊지 않는다. 항상 그녀를 떠올린다. 이는 회상으로도 나온다. 그녀는 무채색이었던 오베의 삶을 화려한 색을 칠해준 사람이기에.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던 사람이기에. 그녀를 잊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그는 죽음을 유예한다. 오베라는 남자가 불행을 가득 안고 죽기 직전에 그를 필요로 하며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죽음을 유예 한다. 그리고 이것은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려 한 오베에게 행복한 죽음을 주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고 웃었는지 모르겠다. 오베라는 남자의 지고 지순한 사랑에 울었으며 그의 미워하지 못하는 유쾌한 이웃들을 보며 웃었다. 이 소설은 누군가 에게 무엇인가 큰 교훈을 주거나 문학적으로 큰 획을 남긴 그런 소설은 아니다. 주변에 있을 수도 있는 이웃의 이야기 이며 한 남자의 지고 지순한 사랑을 담은 이야기이다. 그냥 그 뿐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왔는지. 나는 이 책을 군대에서 진중 문고로 읽었다. 사회와 유리된 군대 생활 속에서, 불 꺼진 밤 혼자 모포 속에서 옅은 불빛에 의지해가며 훌쩍훌쩍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물론 이 책이 내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 준 것도, 군 생활에 도움 될만한 지식을 준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군대를 전역한 지금도 가끔 씩 낡은 모포 속에서 읽었던 이 소설이 떠오르며 흙빛으로 가득 찬 군대 생활도 할 만은 했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걸 생각하면 그래 이 책은 나에게 인생 지침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누군가 에게도 그렇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힘든 일상을 잊게 해주는 쉼터 같은 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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