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5년간의 수요일 (리커버 특별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수요시위)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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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의 수요일 (리커버 특별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수요시위)

25년간의 수요일 (리커버 특별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수요시위)

윤미향사이행성2018년 8월 14일
유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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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시간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배울 때마다 정말 너무 안타까웠고 할머님들의 증언을 들으면 내가 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었다. 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성인이 되기도 했으니 조금이나마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할머님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아는 게 많아야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해보려고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관심이 있다고 말로만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가 모르는 것보다 더욱 참혹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묻혀있었고, 할머님들의 생생한 증언을 읽을 때마다, 그리고 할머님들이 이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힘들게 온 세계를 다니시며 연설하셨던 것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더워도 추워도 한 번도 안 빼먹고 할머님들, 학생들이 수요시위에 나와 세상에 목소리를 내었을 생각을 하니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고 너무 늦게 공부하려 한 게 죄송스러웠다.
  따라가지 않으면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일본군의 협박 때문에 어린 소녀들은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갔을 것이다. 한창 꿈 많을 십 대, 그리고 나와 같은 이십 대의 소녀들이 일본군에 의해 억지로 가족의 생계를 이끌어야 하는 그런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위안부’ 여성들이 돈을 받았고, 장교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또 강제성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럼 소녀들이 대체 뭐 때문에 가족들을 놔두고, 고향을 버리고 일본군을 따라나선 거란 말인가? 또 그럼 지금 용기 내서 증언을 하고 계시는 할머님들은 뭐가 되는 것인가? 일본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입장은 계속해서 우리 할머님들께 지금까지도 상처를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이 문제를 직면하려 하지 않고 회피하기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일본 정부가 너무 미웠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있지 않은 일본 정부는 당연하고 한국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한국 정부가 할머님들의 동의 하나 없이 마음대로 해결지으려 한 경우도 있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한국으로 와서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했는데, 그 당시 우리 사회는 소녀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사회가 아니었던 것 같다. 고향에 오고도 마음 편히 생활하지 못하고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눈초리를 받으며 살아온 할머님들께 냉담하고 뜨뜻미지근한 당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또 한 번 할머님들께 대못을 박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1992년 1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수요시위가 진행 중이다. 가장 오래된 시위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그만큼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수요시위에 참가하여 할머님들을 직접 뵙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 계시는 할머님들이 단 하루 만이라도 편안히 두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우리 세대가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