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L’instant present,기욤 뮈소 장편소설)
고명진
기욤 뮈소의 책 들중 두 번째로 남기게 되는 글. ‘지금 이 순간’ 이다. 가장 먼저 떠 오른건 뮤지컬 ‘지금 이 순간’ 이다. 하지만, 기욤 뮈소가 작가인걸보니 그런 생각은 사그라 들었다.
대부분의 글에 ‘사랑’ 이란 요소를 꼭 넣어두는 작가의 특성이 있었는데 글의 초반은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관리하던 등대, 그 밑의 지하실. 공간에는 수수께끼가 잠들어 있었고, 그걸 풀어야한다고는 하지만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다. 모순이지만 주인공인 아서는 묘하게 끌린다. 30년동안 풀어지지 않았던 수수께끼에.
스토리전개상 당연히 나는 지하실로 찾아가는데, 그곳에서 라틴어로 적힌 글귀를 본다. “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 글을 무시하고 지하실 내부로 진입하자 오렌지향을 맡았다는 것을 기억한 뒤, 아서는 쓰러져버린다.
글을 읽으면서 머지 않아 깨달은 것은. 타임슬립물이란 것. 주인공은 등대에게 당한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아 자신이 왜 시간여행을 한건지, 그에 대한 까닭을 묻는다. 24방위의 바람, 주인공 아서는 일년과 동일한 가치를 가진 하루를 24년동안 살아야한다는 것. 즉, 아서는 하룻밤자고 일어나면 1년이 지나가버리게 된다. 등대의 글귀 중 뒷부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게 24일을 보내고 24년이 지난 뒤에는 자신의 흔적이 사라진다.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저주다.
할아버지는 이미 시간여행을 하며 모든걸 잃어버렸지만, 아서는 그렇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간여행에서 만난 여인, 리자와 사랑에 빠지고 24일동안 일어난 일을 그려내는 내용이다.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스토리상 잊혀지는 저주를 피해내진 못했는데 그 끝에 숨은 반전이 있었다.
작 중에서 ‘나’는 ‘나’를 스스로 평가하는 말 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사라지는 남자’이다. 아서는 소설집필에 빠진 나머지 가족들에게 소홀한 생활을 보냈고, 그 소설의 내용이 ‘지금 이 순간’이었던 것. 소설을 쓰던 아서는 그 원고를 멀리 날려버린채 마무리된다.
여러모로, 아니 확실하게 좀 아쉬웠다. ‘시간’을 타이틀로 써먹는 책은 솔직히 널리고 널렸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헤치고 엮어내는지가 글의 몰입도를 이끌어낸다. 물론, 기욤 뮈소가 유명작가인 만큼 글의 흡입력자체는 충분했으나, 문제는 등대의 저주에 빠져 하루를 악착같이 보낸 아서의 노고와 관점을 마무리하는 데 있었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시간을 뛰어넘지 못할 뿐더러 더욱이 미래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판타지적 요소의 개입의 서술은 좋았지만 판타지를 갑작스레 현실로 끄집어내어 날려보내 끝맺음하는 것이 약간 성급한 결말이라고 여겨졌다. 책의 내용99가 시간의 역경속에서도 사랑을 갈구하고, 자신의 흔적을 그려내보이겠다고 발악한 아서였다면, 마지막1은 그 아서를 죽여놓았다는 것.
지금 이 순간, 이 말을 어디에 접목시킬지 애매해져버렸다. 굳이 잇자면 하루를 소중히 여겨야한다, 일까. 이 책을 마지막까지 흥미있게 읽어본 독자들도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결말이 아쉽다고 소설의 소설 속 인물의 투쟁 이야기를 비하할 순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