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끄기 연습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장르를 꼽자면 자기계발서이다. 하지만 항상 읽으면서 과연 내가 이 저자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매일 계획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끄기 연습의 저자 역시 자기계발서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보다 불안하게 만든다며 다른 이들이 그리는 이상형에 나를 끼워맞추려 하고 따라하면 나만의 가치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거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 행복이 언제까지 유지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쌓인다. 저자는 그 이유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 즐거움이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행복과 즐거움은 어찌보면 같은 맥락인데 저게 무슨 말일까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 신경써야 할 일 등을 모두 끝내야 하거나 끝내더라도 미래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즐거움이 빠져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쉬운 일인데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죄책감이라는 방해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할 때마다 우리는 밀린 일은 없는지, 지금 해야 할 일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바심을 떨쳐낼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바쁜 이유
‘여가’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여가는 그저 돈을 벌지 않고 하는 일을 의미한다. 즉 요리, 예배, 영화 보기 등등을 말한다. 하지만 ‘닉센(Niksen)’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Nothing, 우리나라의 말로는 멍 때리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가 시간에 활동적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다수이다. 취미 활동 역시 여가 시간에 주로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의식 없이 쉬는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진정한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바쁜 이유는 아무런 마음의 부담이나 죄책감 없이 쉬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실험에서도 나타난다. 버지니아대학교의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의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스스로 전기 충격을 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인간은 대게 고통을 피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세상 그 자체 – 독일 신문 타게스슈피겔 中
오늘날 바쁨의 상징은 부유층이다. 물론 모든 문화권에서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그렇다. 기술이 발전했고 그 발전한 기술로 인해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일들이 생겼다. 물론 기술 발전 덕에 더 빠르고 획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걸 바라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한 후에 은퇴까지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다. 현재는 단기 계약이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은 안정적이지 못해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에 쫓기며 일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라도 쉬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된다.
“평범하게 해, 그 정도면 충분해”
네덜란드에서는 평범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임한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과제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더 해보자, 여기까지만 하고 쉬자 등 이런 생각으로 늘 나를 채찍질 해왔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스스로부터 바꿔야한다. 스스로 적당히 멈춰서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일을 미루는 것이 닉센이 아니다. 닉센은 바쁜 업무를 해결하기 위한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닉센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로 무장하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작가는 닉센을 추천하지만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즉 닉센이 무조건적인 답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갖고 책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집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쉴래, 하면서 나는 어느순간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며 핸드폰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생활이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내 할 일을 미루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고, 한 편만 더 보자’ 이런 식으로.
작가의 지인 중 뜨개질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뜨개질을 하는 순간에는 뜨개질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는 뜨개질이 닉센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시간을 정해 닉센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는 아직 없는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온전히 휴식하며 나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누워서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 있어 힐링은 맞지만, 가끔은 온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