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장편소설)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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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장편소설)

김초엽자이언트북스2021년 8월 18일
박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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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칼럼에서 “201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식물학 연구팀에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우리의 성대나 청각기관과는 다르지만 식물도 그들만의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관이 감지할 수 없는 영역,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 숨쉰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의 관점에서 백퍼센트 탈피할 수 없고 완전한 탈피가 꼭 필요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자연의 입장에 서서 지구의 사건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여기 그 귀중한 시선을 심어주는 책이 있다.
<지구 끝의 온실>은 일명 더스트 시대를 맞닥뜨린 2050년대와 더스트 종식 후 그 시대를 파헤치는 2129년 식물학자 아영의 이야기로 두 시대를 번갈아 통과한다. 
2050년대, 더스트 물질이 퍼진 지구에서 내성종이 아닌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없기에 생존자들은 돔 시티를 찾아헤맨다.
나오미는 강한 내성종이었지만 아마라는 더스트에 취약했다. 두 자매는 여러 돔 시티를 배회하며 영양캡슐을 챙기고 위협자들로부터 숨어 다녔다. 그러다가 호버카(자동차같은 미래의 이동수단)와 맞바꾸어 한 좌표를 얻게 되고 ‘프림 빌리지’에 도착한다.
마을과 학교가 유지되고 유리 온실 속에서는 약간의 식물이 재배 되었기에 멸종으로 치닫는 황폐한 이 땅에서 프림 빌리지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돔 안이나 밖 모두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과 식량, 불안정한 개인은 충족을 위해 싸워 와해되기 마련이기에. 
결국 프림 빌리지도 외부의 공격으로 인해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프림 빌리지의 관리자로 여겨지는 지수는 각지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더스트로부터 보호해줄 식물 모스바나 씨앗을 건넨다. 씨앗을 심어서 각자가 있는 곳에 프림 빌리지를 만들자고,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 정말 가능한 일인지, 흩어진 사람들이 살아 남을 수는 있을지, 그렇다하더라도 모두가 같은 마음인지 알 수는 없지만.
거슬러 올라와 현재 2129년도, 더스트생태연구센터 연구원인 아영은 강원도 해월에서 유해 잡초가 이상 증식한다는 뉴스를 접한다. 이 식물에서 푸른 빛이 나온다는 제보를 듣고 어릴 적 이웃 할머니 이희수가 말해주었던 푸른 빛의 식물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 아영은 나오미를 만나 더스트폴과 그 직후의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프림 빌리지에 대한 이야기, 온실을 관리하던 레이첼과 지수의 이야기, 프림 빌리지를 떠난 이후 모스바나를 심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나오미의 증언을 토대로 모스바나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희수씨가 지수와 동일인물인 것도, 프림 빌리지에서 흩어진 사람들이 모스바나를 심어서 더스트 1차 종식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됐다.
마지막까지 지수가 자신을 떠날까봐 감췄왔던 모스바나 씨앗을 내어주기까지 레이첼의 마음은 어땠을까.
소중했던 프림 빌리지를 떠나야했던 자매가 모스바나를 심고 알렸지만 차가운 비웃음을 샀던 순간마다 얼마나 허무했을까.
그러나 작은 선택과 행동이 지구를 구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모스바나의 가치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스바나는 생존하고 번성했으며 환경에 맞춰 변화했다. 인간이 바라는 완벽한 기술로 행해진 처방이 아닐지라도 그만의 방식으로 지구를 지켰으며,
그 사실을 믿고 묵묵히 견뎌온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금도 그런 존재들이 지구 끝에서 지구를 받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