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장편소설)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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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장편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장편소설)

보후밀 흐라발문학동네2016년 7월 8일
윤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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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삶과 노동, 그리고 고독에 대하여>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체코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보후밀 흐라발이 1980년도에 쓴 소설이다. 그는 대학생 시절, 독일군에 의해 학교가 폐쇄된 후 철도원, 보험사 직원 등 수많은 직업을 거친 후 중년의 나이에 등단한 소설가이다. 그는 서민과 예술가, 노동자들의 삶을 자신만의 상상력을 통해 그려내며 현대 유럽 소설의 거장으로 떠올랐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경험담으로 이루어지는데, <너무 시끄러운 고독> 또한 그가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크게 다친 후 폐지 꾸러미를 수거하는 일을 할 때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책과 공상을 사랑하는 폐지 압축공 한탸의 삶과 고뇌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탸는 지난 35년 동안 쉬는 날 없이 냄새나는 지하실에 박혀서 일했지만, 자신의 직업을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하루종일 압축기의 버튼을 누르며 쓸만한 책을 고르고, 칸트, 예수와 노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에게 더없이 충만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탸가 스스로 만든 이 안전한 생활은 새로운 압축기의 등장으로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은퇴 후 모은 돈으로 압축기를 사고 모아온 책들을 전시하겠다는 꿈 또한 좌절된다. 한탸의 느린 일처리 속도를 못마땅해했던 소장이 한탸를 해고시킨 뒤 기존 압축통을 치워버리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실의에 빠진 한탸는 가진 책들을 기증한 후, 스스로 압축통 안에 들어가 사랑하는 책들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작중 한탸는 이젠 만날 수 없을 젊은 날의 사랑을 회상하며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너무 시끄러운 고독> 발췌.)

이 책은, 부품처럼 녹슬면 버려지는 산업화 속 한 인간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사는 세상이 원하는 것은 이제 인간의 정신이 아니라 기계의 효율이다. 그래서 그가 보는 지하실 밖 세상은 온통 암흑이다. 그가 진짜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다 지하실에 있다. 고뇌할 때만 진정으로 살아숨쉬는 한탸에게는 이 적막의 세계야말로 가장 시끄럽고, 자유로운 공간인 것이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이 책의 제목 또한 그러한 한탸의 내면 세계를 압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이 이야기는 연민과 사랑을 찾아 헤메는 한 남자의 정신적 표류기로, 인간다움을 잃은 사회에서 연약하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을 기억하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 책은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는 동시에 상당히 비참한 내용이기 때문에 로맨스나 서스펜스와 같은 흥미진진함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바쁘게만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싶은 독자는 이 책을 꼭 읽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