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손예진
이 소설은 평범한 여성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났을 무렵 한 꿈을 꾸면서 시작합니다. 이 꿈을 꾼 뒤 여성은 점차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데, 원래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던 여성이 꿈속에서 무지막지한 피를 마주한 후 냉장고에 있던 고기, 생선 하물며 달걀까지 싹 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버립니다. 이후로 여성은 오로지 야채와 과일만 먹는 우리가 알고 있던 채식주의자로 바뀌면서 생활이 완전히 틀어지게 되었습니다. 여성은 몸무게도 확 줄어들고 아예 남편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여성이 그렇게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점이 마음에 들어 결혼했지만 변해가는 아내를 보면서 점차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친 남편은 여성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점점 뼈만 앙상해지는 모습을 걱정하며 친정집에 연락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음식을 거부하던 여성에게 여러 안 좋은 사건들이 겹치며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 뒤 여성의 행보를 보면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의를 탈의한 채 있는 등 여러 비현실적인 행동을 반복합니다. 마지막 부분에 여성의 손에는 포식자에게 뜯겨 죽은 동박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것이 무엇을 암시하는지는 직접 채식주의자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소설은 개인의 선택과 사회적 기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도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 깊은 생각을 하도록 의도합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도 굉장히 퍼져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나쁘거나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여성이 단순 정신병에 걸린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가장 처음 느낀 것은 사실 나도 단순히 주인공을 비정상이라고 분류하고 있는 게 아닌지, 여러 번 고민하고 고찰하는 경험을 했는데 이 모두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워낙 독특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라서 그런지 작품을 계속해서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정해진 해석이나 정답 없으니 제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어 매우 만족했던 작품입니다.
애초에 비정상과 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실 단순히 다수결에 치부하여 분류되는 게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비정상이라고 여겼던 집단의 수가 정상 집단의 수를 뛰어넘는다면 그때 우리는 비정상과 정상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를 단 하나로 규정하려는 것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른 것처럼 사실 사회에서 규정한 모든 것에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개개인의 선택과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단합하고 서로 이해해주는 그런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매우 만족했던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