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개역본)
이 책을 읽을 때 문득 ‘나는 왕도 아닌 거지 대학생인데 군주용 자기개발서 읽어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론」은 말 그대로 훌륭한 군주라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가를 써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곧 군주가 아니어도 이 책에 나온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자인 마키아벨리의 인간과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하는 작자의 조언들은 도덕과 윤리와 얽힌 낭만적인 것들이 아니라 냉철하고 때로는 잔인하고 그래서 현실적인 것들이었다. 작자는 오랜 정치인 생활을 하며 보고 느낀 ‘실전 압축형 지식’을 군주론에 옮겨 놓은 것이다.
나는 국정에 관련된 부분보다, 우선 나에게 더 실용적 이어 보이는 인간관계에 관련된 장들을 먼저 읽었다. 작자는 수많은 로마 왕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원인 분석 결과를 논거로 사용한다. 재밌게도 작자는 그 사례들을 보며 사람들은 모두 악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며 온건하게 대해주면 만만하게 보는 존재라고 판단한다. 제일 공감이 가는 것은 사람들은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정치에서 군주는 때로는 윤리와 도덕을 저버리고 짐승의 방법을 사용해야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필요에 따라 여우처럼 권모술수를 써야 할 때도, 사자처럼 폭력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물론 작자는 그 악을 행함으로써 더 큰 악을 잡을 수 있을 때 한정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꼭 인간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떠나서, 국정에 관련된 부분도 유용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그 결과, 나는 이 책을 우화처럼 읽어보기로 했다.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가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도 그 속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 나는 이탈리아 왕이 아니기에, 비유와 상징의 차원에서 작자의 뜻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일례로, 작자가 제시한 ‘자신의 무력과 역량에 의해서 얻게 된 신생 군주국’과 ‘타인과 무력과 호의로 얻게 된 신생 군주국’의 사례를 현실과 연결 지어본 것을 들 수 있다. 전자에선 내 능력으로 승진해서 얻게 된 팀장의 자리나 하다못해 동아리장이 되었을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좋을지, 후자에선 그 반대의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참고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에 와서 「군주론」의 방식 그대로 정치를 하거나 개인의 삶의 방식을 설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군주국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나타난 인간과 정치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잘 기억하고 응용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역사는 반복됨을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도 실천 못할 것 같은 자기개발서가 질린다면! 도덕과 윤리의 선비질로부터 일탈을 꿈꾼다면! 실전형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군주론 한 번쯤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