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
박소민
현대인의 마음에 만연한 우울감은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이끌었다. 우울증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문득 찾아온다. 호전된 듯 보이다 다시 나타나고 사라졌다 생각하면 다시 고개를 내미는 그런 존재이다.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시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작가는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놓여진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속마음을 먼저 솔직하게 세상에 꺼내두었다.
‘이성적으로 가난해도 감성적으로 빛나는 사람이고 싶다.’ 174쪽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성과 감성. 인간의 삶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두 가지 선택지다. 정말 다행인 건 이성과 감성의 문제는 여느 퀴즈처럼 깔끔하게 정답과 오답으로 나뉘는 문제가 아니란 사실이다. 언제나 공생하는 두가지 균형. 나는 이성의 힘으로 세상을 버티고, 감성의 힘으로 세상을 누린다. 꿈만 꾸며 사는 꿈같은 이야기도 현실에 치여 내 자신을 잃는 듯한 삭막한 이야기도 전부 함께 있기에 균형이 맞아 내가 존재하게 된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기 싫다. 이효리의 모순된 소원에 손석희는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가 아닌가라며 질문한다. 이성적으로 다가온 그의 질문은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이성의 벽을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것과 가능한 것. 이 둘의 괴리를 알기에 사람들은 내가 가능한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이라 착각하여 말하기도 한다. 꿈같은 이야기는 어느사이인가 말 그대로 뜬구름 잡는 소리, 부정적으로 들리게 되었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능한 것만 꿈꾸며 감성이 메마른 이곳에서 가능하지 않을 듯한 꿈을 꾸기에 사람들은 낭만을 먹고 산다. 얼핏 보면 감성에 치우쳐진 사람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감성에 치우쳐진 사람을 현실에 살게 하는 건 이성이고 결국 이성이 존재하기에 감성이 지탱된다. 이성으로 단단해진 삶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감성이고 이성과 감성의 영역은 상반되나 이 둘은 상반된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에 우위를 따질 수는 없지만 분명 질감은 다르다. 난 사랑과 감성으로 채워진 질감을 더 세심하게 느끼고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