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먹는 생각 (먹보 애주가의 음식 탐구 생활)
김진영
먹는 것들을 생각하는 행위는 매일 같이 하는 일이라,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고 가끔은 따분 해질 때도 있지만 나는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런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작가이다.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화가가 소개하는 음식들에 관한 이야기가 잔뜩 펼쳐져 있는 책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요리의 이름으로 시작되는 짧은 글은 요리에 둘러싼 이야기와 함께 레시피 까지 소개해주고 있다. 글로만 써진 레시피는 생각보다 자세해서 머리 속으로 요리 과정을 상상하며 읽는 맛이 있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도마위에서 나는 소리를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니. 덧 붙혀 작게 그려진 거친 스케치도 마음에 든다.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구절이나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을 살짝 접어두고는 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 만큼은 해먹어보고 싶은 요리를 접어두었다. 다양하지만 간단하게 준비해서 먹을 수 있는 3분 안주요리와 미국식 도시락 그리고 디저트를 사랑하는 내가 꼭 먹어보고 싶은 바나나 플람베까지. 음식을 그냥 아무생각없이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때가 많아 아침에 먹은 음식도 가끔가다 까먹는 나 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의 식사는 인상깊게 남을 때가 많다. 나중에 그 음식을 마주 했을 때 그 때의 생각을 떠올리면서 웃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은 평소에 먹는 음식들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고 오래 머물게 된다. 물론 먹고 난 뒤에 체하거나 탈이나 좋지 않게 기억되는 음식들도 있어, 아직도 그 음식들은 먹지 못하곤 한다.
작가처럼 한 가지 요리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요리는 버터고구마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소개하고 싶은 요리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읽는 중에 작가가 이미 이 요리를 소개해서 조금 당황했지만 나의 요리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는 점이 아주 살짝 다르다. 사실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10분이면 완성되는 음식이다. 작은 프라이팬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린 뒤 고구마를 적당하게 썰어 올려 굽는다. 구워지는 동안 한 쪽에 소금을 뿌리고 적절하게 고구마가 구워져 군데군데가 갈색으로 변 하면 뒤집어 소금을 한 번 더 뿌려서 구워주면 완성 이지만 남은 오 분은 식히는 시간이다. 고구마를 뒤집는 것도 귀찮은 나는 프라이 팬을 마구 흔들며 익히는 편이다. 뜨거울 때 바로 먹는 것보다 조금 식혀 먹는 것이 짭짤하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먹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귀찮 음이 더 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간단한 요리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해먹고 있다. 뉴욕에 갔을 때 사이드로 비슷한 요리가 나와서 꼭 다시 해먹어보리라 마음을 먹고 집에 돌아와 자주 해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