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시는 시간 (그들이 사랑한 문장과 술)
김민정
술과 문학.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 둘이 마치 물과 기름 같아서 절대로 섞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로 술과 문학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일까? 이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된 궁금증은,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함께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술과 문학을 연결해 주는 책, ‘소설 마시는 시간’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수많은 문학 작품들을 접해 왔고, 수많은 작품에서 술이 하나의 장치로 사용되는 것을 봐 왔다. 또한 ‘노인과 바다’의 저자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유명한 술고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 책은 연희동의 책바 사장님이 정인선 씨가 쓰신 책이다. 생각보다 문학작품에는 술이 많이 등장하고, 술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작가분은 술과 문학작품에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셨다. 그래서 이 책은 ‘술 이름 X 문학작품’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그라파 X 무기여 잘 있어라’, ‘아구아르디엔테 X 백년의 고독’과 같이 고전문학 작품도 소개되어 있고, ‘헨드릭스 진 토닉 X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부나하벤 X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이 한 번쯤은 들어본 제목의 문학들도 소개되어 있다. 오히려 목차를 보고 ‘이 문학에 이러한 술이 등장했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의 기억력을 되짚어 보게 된다.
책은 각 문학작품과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술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서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을 깊이 분석한다거나, 술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벼움을 유지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의미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가벼움을 통해 술과 문학이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문학에서 술이 담당하는 의미를 더하거나 빼지 않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해당 술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다.’ 나도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진 리키와 민트 쥴렙을 마시면서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파티를 즐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사실 이보다 더 훌륭한 문학작품의 홍보가 어디 있겠는가!
재미있는 점은, 나를 포함해 캡스톤디자인 수업을 듣는 학우들 모두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학생들이 술과 문학에 대해 논하다니, 어떤 이는 모순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술과 문학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수많은 작가들에게 작품의 탄생을 같이 한 술이 있었다. 그리고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술들은 의미를 숨기고 있다. 이것이 드러나 있는 문학작품도 있고, 잘 드러나지 않는 문학작품도 있다. 독자들이 이를 해석하며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고전 문학들을 고리타분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말고,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도 사랑했고, 힘든 삶을 겪었다. 우리가 하루를 마치고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푸는 것처럼, 문학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술을 통해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는지 살펴본다면, 문학에 대한 흥미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