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맞춤법: 쓰는 사람을 위한 반복의 힘 (쓰는 사람을 위한 반복의 힘)
김경미
문장 발췌:
우리는 어문 규정을 몰라서 맞춤법을 틀리는 게 아닙니다. 소릿값, 즉 발음 때문에 실수하는 거지요. 그렇기에 이해하려기보다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손끝에 익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반복해서 보고 손으로 다시 써 보면서 기본적인 맞춤법을 아예 ‘체득’ 하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취지입니다. 애써 외우려고 골머리 앓을 필요 없습니다. 책 속의 문제들만 성실하게 풀면서 직접 써 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인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어렵게 반포한 위대하고 순정한 한글을 내가 매일매일 쓰면서 더럽히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엉뚱하게도 한글날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글이면 언론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언중이 이른바 ‘우리말’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꾸짖기 일쑤였으니까요. 한글날이 되면 언중은 꾸지람을 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고, 언론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가면서 언중을 향해 거의 융단폭격을 가하곤 했죠. …(중략)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앞에 예를 든 세 가지는 한글날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지적이죠. 한국어 사용과 관련된 지적들이니까요. 한국어와 그 문자인 한글도 구분 못 하면서 언중의 언어생활을 지적하고 있으니 제정신들인가 싶습니다. …(중략) 설령 세종대왕이 살아 돌아오신다 해도 가장 먼저 한자를 찾으시겠지 한글을 찾으실까요. 그분은 우리와 달리 한글로 사고하신 분이 아니라 한자를 기반으로 사고하신 분일 테니까요.
언어는 뜻 아니면 소리에서 차이를 구현하는 것이니 결국 소리 때문이겠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어는 소리 감수성이 뛰어난 언어니까요. 모음이 유난히 많잖아요. 한국어는 기본 모음만 해도 열 개에 달하죠. 게다가 이중모음까지 합하면 정말이지 모음 천국이랄 만 합니다. 자음도 기본이 열네 개 인데다 겹자음이 있어서 된소리를 낼 수 있으니, 다양한 모음에 겹자음까지 합해지면 구현해내지 못할 소리가 없는 ‘어벤저스급’ 언어이자 문자가 되는 셈이랄까요.
그 덕분에 우리는 어떤 소리든 말과 문자로 구현할 수 있는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곤란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총평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책. 맞춤법 관련 책을 많이 읽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사람에게 어울릴 책.
나는 맞춤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근데를 근대라고 써서 ‘너 근대시대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맞춤법 지키기를 어려워 했던 사람이였는데 이 책을 통해 꽤 많은 효과를 봤다.확실히 맞춤법은 어문규정을 달달 외우는 것 보단 많이 보고 많이 써서 기억에 남기는 것이 효과가 좋다. 규정으로 외운 것은 규정으로 남을 뿐이지, 일상에 침투하진 않는다. 실제로 이 책을 다 읽은(쓴) 지금, 어문규정은 거의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지만 예문으로 제시한 문장을 보면 맞춤법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맞춤법으로 고민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다만 손 아플 만큼 써야한다는 걸 각오해야한다. 처음에는 각각 표기법-띄어쓰기-외래어표기 25개씩 한 챕터로 이뤄져서 할만하다 여겼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60개씩 문장들이 나오니 손가락이 꽤 아팠다.
+ 단순 맞춤법 뿐만이 아닌 한국적인 표현도 많이 배울 수 있다. ‘떼꾼하다’ 라던가… ‘가없다’ 라던가… ‘홑청’ 같은 것들. 비록 현제에는 사어나 다름없이 취급받고 있지만 분명 이런 단어만이 주는 울림이 있고, 그 단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생각하므로, 충분히 도움이 된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