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기대었다 (김서연 장편소설)
김시우
반짝이다 못해 부서질 듯이 화창한 여름 날씨에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이다.
‘나무에 기대었다’ 속 주인공 태훈과 송은 각자의 이유로 함양의 개평마을에서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여행지에서의 낯선 설렘과 사랑을 발견한 것이다.
전남친과의 힘겨웠던 과거를 떠나보내기 위해 송은 무작정 여행을 시작했고, 함양에 도달하게 된다. 태훈은 어릴 적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곳으로 휴가 때마다 항상 오곤 했다.
태훈이 송의 지갑을 훔치려는 도둑을 잡아주면서 기묘한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함양 개평마을에서 송이 민박을 하면서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된다.
송이 개평마을에서 지내는 시간동안 태훈이 함께 다니며 천천히 그들의 감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죽은 전남친과의 상처가 있어 누군가를 만난다는 거 자체가 버거운 상태이다. 이에 태훈에게 흔들리는 감정을 그저 여행에서 만나 스쳐지나가는 인연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양에서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나 현실로 복귀하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업무를 통해 다시 재회하게 된다.
1년이란 시간동안 태훈은 송을 그리워 했고, 연락도 없이 떠난 걸 미워했고, 그 순간 내가 확실하게 연락처를 남겨놓을 걸이라는 후회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송도 잠깐 흔들린 것뿐이라고 현실로 돌아오면 기억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함양에서 같이 봤던 천리향 나무를 다시 볼 때면 그리고 같이 보낸 가을의 정취를 느낄 때면 그를 떠올렸다.
예상치 못한 재회를 한 두 사람은 반갑기도 어색하기도 했다. 자꾸 모른 척하는 송이 괘씸해서 태훈은 송을 더 아는 척했고, 1년동안 계속된 후회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번에야말로 송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태훈의 적극적인 행동에 송은 잊어두었던 마음을 꺼내고 둘은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며 해피엔딩을 이룬다.
오랜만에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을 읽으니 감정이입이 더 잘 되었다.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로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들의 만남은 특별했고, 정말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 더욱 잘 읽혔던 것 같다. 무엇보다 태훈과 송의 다른 성격 차를 보여준 게 둘의 케미를 살리는 요소가 되었다.
장난끼가 많지만 진중할 때는 누구보다 단호한 태훈의 모습이 생각과 고민이 많은 송에게는 좋게 보였을 거 같다. 또한, 죽은 전남친과의 상처로 인해 소원해진 송의 가족간의 상황을 보듬어주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송은 더욱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상황이든 갈등은 쉽게 충돌하기 마련인데, 무엇보다 가족간이라면 언제든 내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으로 더 쉽게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갈등을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감정이 쓰인다. 끝까지 회복되지 않을 때도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에 태훈은 겁내지 않고 차분히 송의 곁을 지키면서 도움을 주는 모습들이 애정어린 시선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화목했던 예전 송의 가족의 모습을 되찾는 걸 보면서 태훈이 단단하고 대단한 사람이란 걸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완벽한 반이 아니라 서로에게 없는 점들을 보완하면서 맞춰지는 퍼즐 조각처럼, 그래서 서로의 모습이 딱 맞는 사랑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같이 산뜻한 날씨에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 이 계절을 느끼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