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판 - 상상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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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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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2020년 9월 5일
조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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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 먼지 만큼 작게 태어나 찰나의 순간을 살다가 다시 무(無)로 돌아간다. 이 사실에 대해 알게 된 후 일상을 보내면서 종종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찌하여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이런 생각의 빈도가 잦아지곤 한다. 

 이 책 <심판>은 이런 내 물음에 대답을 해주는 듯한 책이었다. 비록 희곡으로 써진 가상의 이야기였지만 작가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주인공인 ‘아나톨’은 현실 세계의 재판장으로 살다가 의사의 부주의로 인해 죽어 저승에서 심판을 당한다. 저승의 심판은 이승의 재판과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재판장, 변호인, 검사, 방청객으로 이뤄진 모습이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승에선 큰 벌을 지면 저승으로 사람을 보내기 위해 사형을 시킨다. 하지만 반대로 저승에서는 착실하게 살지 않았다면 이승으로 보내는 ‘삶의 형’을 구형한다. 만약 착실하게 살았다면 천사가 되어 저승에 남아 있는다. 즉, 저자는 삶이란 고통이라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많이 착안한 것 같다. 그렇다면 ‘착실하게 살았는가?’는 어떤 기준으로 판명될까?

 작품 내에서는 이승에서 있던 거의 모든 일들을 하나씩 확인한다. 사소하게는 무단횡단, 불장난, 욕설 등이 있고 크게는 재판장으로써의 의무를 다 했는가에 대해서도 기준이 됐다. 심지어 자식들을 잘 키웠는가에 대해서도 형을 내린다. 그 중 가장 큰 기준이었던 것은 ‘인에게 주어진 운명을 잘 따랐는가?’이다. 이 작품에선 생을 시작하기 전에 심판을 받고 카르마라고 하는 의 생의 갈피를 정한다. 예를 들어 직업, 핸디캡, 장점, 부모 등을 말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배우가 될 운명과 재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장이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카르마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국 삶의 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작가인 베르나르는 운명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지은 것 같다. 주인공은 재판장이 되어야 할 천사들이 몰랐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본인 인생에 정해지지 않았지만 천사들도 모두 인정할만한 이유였다. 또한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기 직전 자신이 저승의 재판장을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저승의 재판장이었던 가브리엘은 이승의 세계를 궁금해하며 결국 둘의 운명이 바뀌어 작품은 끝난다. 이런 일들도 그 전생에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아니다. 그 누가 저승의 재판장이 이승의 생을 다시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는 모두 아나톨이 주어진 삶이 아닌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삶이야 말로 즐겁고 주체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일, 정해진 공부, 수동적인 삶이 안정적이고 편안하겠지만 알 수 없는 미래를 처음으로 가본다는 설레임이 얼마나 인간을 흥분되게 하는가? 내가 모르는 처음 가보는 여행지가, 처음 해보는 일들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우리는 삶에서 주어진 일, 같은 일만 해서는 안된다.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갈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인간의 삶은 두 숫자로 요약이 된다. 그 숫자 사이를 채우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야에 따라서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