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원하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30가지 의사소통의 기술)
서효빈
이 책은 전반적으로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매뉴얼들을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디자이너가 겪게 되는 여러 불편한 상황 속에서의 대처 방식, 또는 내가 클 라이언트의 입장이 되었을 때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디자이너와 어떻게 소통을 해야 효율적인 지를 알려준다. 디자인을 기본 요소, 실무 및 기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고 있으며, 의사소통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나 상황의 대처 방법들도 알려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간단 명료하게 의견을 전달하는 법을 알려주는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책의 제목을 먼저 읽은 후, 뒷면에 써져있는 ‘빨리 하든지 잘 하든지’라는 문장을 읽고 나선 책을 펼치기도 전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대충 겉표지만 보아도 디자이너가 클 라이언트와 의사소통을 할 때 느끼게 되는 고뇌가 어떤 것들인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부터 만약 클라이언트가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와 같은 요구를 나 에게 한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만들었다. 클라이언트가 모순적인 문장을 말할 때 실질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고 또 어떻게 상 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지를 중점에 두고 독서를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찾은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현대적이지만 전통적이기도 한’, ‘밝은 느낌의 다크한 톤’ 과 같은 모순적인 표현들은 전경과 배경으로 구분 지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를 언어로 구사할 때는 먼저 보 이는 것, 즉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묘사하고 그다음으로 배경을 말하게 된다. 따라서 모순된 두 가지를 한꺼번에 느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의 속 뜻은 클라이언트의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단조로워야 하고, 배경은 심플 한 것들이 많이 모여있게 꽉 찬 디자인을 해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평소에 디자인에 대해 얘기를 할 때 ‘붉은 계열’, ‘레트로한 느낌’ 과 같은 표현들을 쓰곤 하 는데 내가 말하는 것을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수천 가지의 붉은 색 중에 어떤 것인지, 레트로하다는게 어떤 연도의 레트로인지 등 더 섬세한 정보를 가지고 얘기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나는 서양화와 인테리어 디자인 트랙을 전공하고 있는데 재료나 형식, 소재의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서양화와 달리 인테리어 디자인은 정확한 치수 계산, 배치 그리고 피드백을 받고 수 정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나는 각자 뚜렷한 성격을 가진 전공들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계속 헤매고 있었다. 나 자신을 디자인 전공자라고 하기엔 다른 디자인 전공 친구들보다 경험도 부족하고 디자인 감각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늘 쫓아가기에만 급급했지 디자인의 기초적인 부분이나 이론들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면 서도 매뉴얼을 제공해 주는 디자인 관련 책을 한 권 읽는 게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디자이너들의 세계는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왜 디자이너들은 야근에 잦은지, 회사에서는 어떤 디자이너들을 찾고 있는지 등 이 책을 읽고 나서 디자인을 여러 방면에서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효과적인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의 요소들로 글쓴이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명쾌, 간결, 직관이다. 이 세 가지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을 만들어내고 서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것들은 디자인에서 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서 필요한 모토 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이며, 나의 의도를 전달하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인간 언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내가 언어의 본질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도 잘하고 커뮤니케이션도 잘하는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디자인의 모든 분야에서 일 하는 사람들에게 소통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며 도움이 많 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의 관계에 대해 많은 걸 깨 닫게 해준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