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개정판)
조설화
자연은 다소 당연하고 환경에 보호가 붙어 목소리가 커지면 지겹다. 갖은 스크린에 오염과 멸종 따위의 텍스트가 만연해도 역사상 최고 기온의 폭염이 주는 불쾌함의 존재감은 감히 지울 수 없다. ‘ 침묵의 봄’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62년에 발간된 고전에 가까운 책으로 인간의 사소한 행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당시의 영향력은 서양해서 환경운동이 촉발된 계기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침묵의 봄’은 단순히 인간을 탓하고 자연을 보호해야한다 외치는 이야기가 아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라는 문장을 길게 풀어낸 책이다.
‘침묵의 봄’의 원제는 ‘Silent Spring’ 이다. 침묵 속에서 다가오는 봄은 어떤 모습인가. 봄은 가지 끝에 색을 띄워 온 땅과 하늘을 찬란하게 잇는다. 멈춘 것만 같던 세상이 천천히 시끄러워지는 계절이다. 그러니까 쉽사리 봄의 쥐, 메뚜기, 모기, 개미를 떠올리기엔 어렵다. 하지만 레이첼 카슨은 이 해충들이 가져오는 봄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수억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긴 기간 동안 생물들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분화하며 처한 환경에 적응해왔고 인간이란 생명체 또한 환경과 그렇게 균형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그런 주변 환경에는 도움되는 요소 뿐만 아니라 해로운 요소들도 포함된다.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태양 빛에도 그 해롭다는 방사능은 존재하지만 생명체는 시간을 통해 천천히 적응해 왔다. 인간이 생각하는 수 년 정도가 아니라 몇 세기에 걸쳐 적절한 균형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은 그런 충분한 시간을 갖게해주지 않는다. 1940년 대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500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등장했는데 이 들 중 상당수는 인간이 자연에 대항하며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해충’이라고 불리는 곤충, 벌레, 잡초 등의 유기체들을 없애기 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아무런 재고없이 200여종의 화학물질을 제조했다. 이렇게 빠르게 만들어진 화학물질에 적응할 수 있는 지구의 생명체는 인간을 포함해 그 어디에도 없다. 살충제의 금지가 아니라 이런 잠재적인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알고 사용해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인간의 기준에서 해롭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을 통제하려던 오만은 살충뿐만 아니라 개미가 살아갈 나무를 죽이고, 새를 마을에서 떠나게 해 결국 침묵 속에 봄을 데려오게했다. 인간은 이성적이며, 고고하게 홀로 존재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자연의 그 어떤 생명체도 절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잊고 스스로 보금 자리를 망치는 생명체가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살아가는 벌레보다 더 나은 존재가 과연 맞는지 생각해봐야한다.
광활한 우주의 생명체를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인간은 아주 작고 순간을 잠깐 반짝이다 사라진다. 그런 우리가 다가오는 봄의 활기찬 생명의 소리를 듣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희박한 행운이다. 이 행운을 더 오래 충분히 누리기 위해 참아야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면, 이 모든 것을 알아야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다. 이게 ‘침묵의 봄’이 전하는 궁극적인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