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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웅진지식하우스2017년 10월 25일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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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나는 언제부터 거울 속 내 모습에 집착하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였다. 10년의 시간 동안 거울 속에 비치는 스스로를 보며 외모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꼬집어냈다. 이를테면 긴 코를 보완하기 위해 짧아 보이도록 셰이딩을 하거나 잡티를 감추기 위해 커버력이 좋다는 컨실러와 파운데이션을 찾아 쓰는 식이다. 수십 년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단점 찾기를 한 셈이다.

 

 처음에는 예쁘다는 칭찬을 받으면 단순히 기분이 좋았다. 외모에 투자한 시간이나 돈이 얼마가 됐든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유명한 사람을 롤모델 삼아 화장을 따라 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등 더 많은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들었다. 꾸미면 꾸밀수록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평가절하하며 완벽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하는 것이다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가 정해놓은 미의 기준은 터무니없이 이상적이었다. 사람은 모두 나이를 먹으면 주름살과 뱃살이 나오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렇듯 예쁨은 감가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잡히지 않을 젊음과 미를 쫓으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다. 내 자존감이 외모와 몸무게로 이뤄진다는 것은 분명 어딘가 잘못됐다.

 

  이 책을 읽고 화장을 당연하게 여기고 불편한 행동을 지속해야 하는 행위를 벗어나고 나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래서 거울과 멀어지기 위한 첫걸음으로 화장품 사용을 하나씩 줄였다. 처음에는 어딘가 부족한 내 모습을 보며 불편하고 이대로 바깥을 나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점차 꾸미지 않은 내 얼굴이 익숙해졌으며 심지어 더 예뻐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여태껏 화장한 얼굴이 진짜 내 얼굴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준비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보통 하루에 20분의 시간이 화장을 위해 쓰였는데, 절약된 시간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했으며 화장하느라 걸렀던 끼니를 챙기게 됐다. 무엇보다 더 이상 얼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러한 노력이 점차 외모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매몰비용, 즉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내 모든 에너지가 모여 외면이 아닌 내면에 오롯이 집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