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 라이크 어스
고정윤
미드를 보는것 같은 느낌의 추리소설은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꽤 많이 읽은 편이고, 페미니즘 문학이란 꼬리표가 붙는 책들은 그런 도서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어쩔 수 없이 독자가 느끼는 괴로움이 있는데. 이 책은 주제의식은 잘 전달하고 깔끔하게 읽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생략할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인것 샅다. 그건 화자인 주인공의 성격 덕이 크다. 유능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은 인간적인 동시에 이성적이다. 비극적인 사건의 진술을 들으며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몰래 녹음기를 킬 궁리를 하느 장면은 그녀의 캐릭터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현실적으로도 FBI 요원은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이겠다.
현직 FBI 인 주인공은 지역경찰인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고향에 돌아가고, 고향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끊임없이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요즘 여성들이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어서 더 공감이 가고 괴롭다. 그녀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아버지는 지나치게 야성적이고 자기만의 규칙을 남들에게도 강요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딸에게 총쏘는 법을 가르칠 수 밖에 없었던건,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탓이었다는걸 알게 된다. 그는 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랬고, 그녀는 그의 바램대로 성장한다.
부모의 좋은점을 전부 타고난 이 매력적인 주인공이 남자였다면, 그저 진부하고 흔한 하드보일드 중 하나였을텐데, 주이공 성별이 여자인 것만으로 이야기는 입체성을 띄고, 캐릭터의 진심도 더 와닿았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보통 걸림돌이 될법한 캐릭터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악역들을 제외하면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대체로 호의적이고 선량하다. 이는 어쩌면 세계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라는 작가의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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