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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서른에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서른에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신지수휴머니스트2021년 6월 21일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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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에 가만히 앉아 두 시간에 걸쳐 한 번에 책을 다 읽었다. 그만큼 생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라 어쩌면 내가 편향적이거나 이 책이 편향적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독서록을 적는다. 아마 내가 세상 속 고정관념에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자 신지수는 임상심리학자로 일주일에 세 번은 ADHD 검사지를 환자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ADHD라는 걸 모르다가 알게 되었다. 알게 된 후, 여성의 ADHD 사례와 학술에 대해 알아보지만 많이 나오지 않는다. ADHD는 백인 남자아이에 맞춰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고, 여자아이와 성인 여성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여자아이는 ADHD이더라도 아이의 성격이라고 치부해버린다는 것이다. ADHD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과잉행동/충동형과 부주의형 그리고 이 둘이 섞인 복합형이 있다. 여자아이의 경우 부주의형에 주로 해당되어 ADHD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에 반해 남자아이는 과잉행동/충동형이 나타나 ADHD임을 의사도 보호자도 알기 쉬웠다. 처방도 곧 받았고, 치료도 받는다. 여자아이의 부주의형은 ADHD가 아니라 성격장애 또는 그 아이 자체의 성격으로 치부되어 자신이 ADHD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여자아이에게 부주의형 ADHD가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태어날 때부터 고정관념이 모두에게 주입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와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젠더파티를 들고 싶다. 임신한 부부가 만삭이 되기 직전쯤, 임신한 아이의 성별을 분홍색(여자)과 파랑색(남자)으로 타인에게 알리는 행사다. 이 세상은 양성평등을 주장하면서도 태어나기 전부터 색으로 관념이 주입당한다. 이 젠더파티에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이유로 초록색으로 아이의 성별을 알리자(알리지 않은 것) 상대방은 너무나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아이든 축하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초산인 부부 30쌍에게 아이에 대해 묻자 남아를 낳은 부부는 주로 “튼튼하다.”, “씩씩하다.”라고 답했고, 여아를 낳은 부부는 “예쁘다.”, “귀엽다.” 등을 답했다고 한다. 아직 신생아인데도 말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이러한 모습은 아이가 커서도 나타난다. 남아는 나무를 오를 때 강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보호자는 미소를 띠고, 여아가 나무를 오르면 어떤 이유에서든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만 생각해도 내가 아이를 낳고 그런다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충격에 빠졌다. ‘나조차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도 굉장히 관념에 휩싸여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건강한 사람이 아닌 사회가 만든 건강한 여성으로 키우려고 했다. 나는 아마 사회가 만든 건강한 여성으로 컸고, 다른 여러 여성도 그렇게 컸기 때문에 자신이 부주의형 ADHD인지도 모르고 비난을 받으며 자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페미니스트의 정의는 무엇인가?’, ‘현재 페미니스트는 정의와 맞지 않게 너무 비뚤어진 것은 아닌가?’, ‘페미니스트가 비뚤어진 사고를 하고 있다면, 그렇다고 해서 세상은 더 이상 젠더 갈등과 젠더 문제가 없는가?’와 같은 질문과 백인 남자아이만을 중점적으로 연구된 과잉행동형/충동형 ADHD에서 ‘아직도 세상은 인종차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더 연구할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세상에 타협하고 살아갔을까. 아니면 여전히 책을 읽었음에도 타협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에 대해 더 연구할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