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정석 교수의 도시설계 이야기)
[2017 베스트리뷰 공모전 수상작]
‘참하다’ 보통 조용히, 얌전히 제 할 일을 잘할 때 붙는 말이다. 그렇다면 ‘참한 도시’란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 생각해보았다. 좋은 도시라는 것은 알겠는데, 막연할 뿐 어떤 도시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도시가 참한 도시인지 크게 ‘자연미가 살아 있는 도시’, ‘역사와 기억이 남아 있는 도시’, ‘차보다 사람을 섬기는 도시’, ‘우리 손으로 만든 도시’ 4가지로 정의하며 어떤 도시가 참한 도시인지 알려준다. 또한, 왜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은지, 한국의 도시계획의 역사와 사례, 해외의 사례를 비교하며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도시를 ‘삶터’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도시와 시민은 밀접한 관계이고, 시민은 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과 어떤 행동이 참한 도시를 만들어주는지 알려주고 있다.
랜드마크, 꼭 필요할까?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가 바람직한 도시일까? 그런 건물들만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랜드마크라면 다른 것을 파괴하면서까지 꼭 있어야 할까? 이 책에서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개발되던 과정에서 서울성곽과 이간수문의 터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DDP는 우리 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지어졌을 때부터 굉장히 멋진 건축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와서 좋게만 생각하고 있었지, DDP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 DDP의 건축으로 인해 무엇을 잃었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문화유산은 제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빛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된 웅장하고 화려한 DDP도 좋지만 DDP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서울성곽의 터를 제 자리에서 남아있는 성곽들과 연계하여 복원했다면 DDP보다 더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스의 산토리니나 체코의 프라하를 보면 고층이 아니어도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형성한 건물들이 모여 랜드마크가 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개성이라는 명목하에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특이하고 높고 크게 지으려 경쟁하지 않아도 서울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곡선이 함께하는 도시, 서울
요즘엔 직선으로 딱 떨어지고,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씨체마저도 고딕체가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곡선과 반대되는 직선이 유행하는 지금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본래부터 한국적인 미는 곡선과 같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멋이 있었다. 처마끝처럼 우아하게 휘어지는 곡선이야말로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멋진 아름다움 아닐까. 한양도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서남북의 내사산을 이어 쌓아 해외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자연을 존중하여 지어졌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서울의 지형 역시 도심 한복판에도 언덕이 솟아있고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천 역시 변화무쌍하게 흐르고 있다. 현대적이고 깔끔해 보이는 직선도 좋지만 곳곳에 곡선으로 이루어진 서울은 이런 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도시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사람들의 ‘삶터’인 도시는 사람을 고려해서 계획되어야 한다. 우리가 평소 무심코 건너던 횡단보도조차 누군가에겐 위험할 수 있기에 교통 문화와 정책에서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 고려하여 계획되어야 한다. ‘차 없는 도시’역시 이러한 예시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서울의 차 없는 도시 중 하나인 ‘연세로’는 주말마다 차가 다닐 수 없다. 버스의 경우 금요일 밤부터 노선이 바뀌기도 한다. 한 번은 이러한 사실을 잊고 탔다가 엉뚱한 곳에 내려서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차 없는 거리’가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것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 연세로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축제가 열릴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이 나와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마치며
도시에 살고 있으면서도 도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손으로 만든 도시가 참한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해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되는 것이고, 참한 도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참한 도시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참한 도시로 성장해 나아가기 위해 참여하고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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