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장편소설)
최은서
게임은 누군가에겐 현실의 도피처가 되어주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며 또 누군가에겐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게임을 통해 위와 같은 경험을 하고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도록 다시 게임을 만드려는 세이디, 샘 그리고 마크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을 읽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단순했다. 표지에 있는 도트로 이루어진 파도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표지에서 봤던 파도처럼 소설에는 세이디와 샘이 만든 다양한 게임이 나온다. 소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이 만든 게임을 상상해보고 나도 그런 게임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게임의 모티브가 되는 게임들도 다양하게 나오는데 알고 있는 게임이 많아서 더 즐겁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어서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즐겁게 소설을 읽을 수 있다. 이렇게 게임 이야기가 많아서 나는 소설 초반부만 해도 단지 게임을 만드는 세 학생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게임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결국 책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동현은 죽는 날 까지 손자 샘을 사랑했다. 조이와 마크스는 전 애인이지만 애인이라는 관계가 끝나도 친구라는 또 다른 형태로 넘어갈 수 있음 알고 서로를 계속 사랑한다. 발을 다쳐 무너지는 샘의 곁에는 항상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했고 마크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킨다. 세이디는 모든 의욕을 잃고 절망했지만 그녀를 사랑해서 세계를 만들어주는 사람 덕분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
‘살면서 대체로 샘은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내기가 어려웠다. … 일단 누군가를 사랑하면, 듣기 지겨워질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이 의미가 닳을 때까지 사랑한다고 말한다. 안 그럴 이유가 있는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어째선지 어색해서 입 밖으로 잘 내뱉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있으니 굳이 표현하는데 연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샘처럼 변해갔다.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고, 알고 있어도 직접 말로 들으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말이 닳으면 어떻고 그 말에 익숙해지면 어떤가,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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