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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흐름출판2017년 6월 30일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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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2017 베스트리뷰 공모전 수상작]

죽어있던 언어가 살아있는 나에게.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학, 자기개발서 분야에 대한 편독이 심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편독하는 경향이 있었던 나에게 동아리 선배가 이 책을 권해주었다. 선배는 몇 년 전 라틴어의 발음에 매력을 느껴 저자의 강의를 수강했는데 단지 라틴어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수업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수업이었다고 하며 수업을 옮겨 놓은 이 책을 통해 너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나아가서 인문 서적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책은 세계에 930명뿐인 바티칸 대법원(로타 로마나)의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변호사인 한동일 변호사가 강의한 수업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또한 저자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우연한 기회로 신학 대학에서 공부하고, 유학을 가서는 언어 장벽에 가로막히는 등의 힘든 과정을 견뎌 낸 사람이기도 하다.

제목만 보면 어학교재로 보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있는 인문학 도서이다. 책은 28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매 강의마다 라틴어 문장과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살펴본다. 또한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나 로마의 생활방식 등도 함께 둘러보면서, 저자와 함께 라틴어 속으로 흐릿하지만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게끔 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 중에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라는 문장이 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문장을 담았나 싶었는데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허무함을 느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장이라고 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다!’ 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달려갔다가 이루고 나서야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내가 대학에 오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누가 봐도 멋있는 어른일 나의 모습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 교복도 줄이지 않은 모습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멋있을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니는 지금은 좋은 학점으로 장학금도 받고 동아리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잘 어울려 놀며, SNS에 사진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멋있는 어른인 나'로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바쁘고 누구보다 열심히 21살을 보내고 있는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특히 이 책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낀 나를 위해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 다양한 대외활동들을 했는데, 항상 활동이 끝나고 나서 기숙사에 들어오면 너무 허무하고 동시에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내가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자신을 칭찬하지도 못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며 우울해지고는 했었다.

  그런데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노력하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우울함을 경험하고 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고 한 저자의 말은 내 생각을 바꾼 계기가 되었다. 그 덕에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했던 나 스스로를 진심으로 칭찬할 수 있었다. 또한 더 나아가 인생에 한 번뿐인 대학생활에서 내가 성취하고 싶은 것에 대해 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용기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책을 읽은 후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죽은 언어가 살아있는 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소한 기분이 마음에 들었고, 책을 읽는 동안 좋은 스승과 인생 얘기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책이지만 단순히 라틴어에 대한 지식을 넘어 나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찰을 하게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영원으로부터 와서 유한을 살다 영원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라는 책의 한 구절처럼, 나에게 주어진 유한을 좀 더 다채롭고 의미 있게 채우고 싶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