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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バ-スデイ.ガ-ル)

버스데이 걸 (バ-スデイ.ガ-ル)

무라카미 하루키비채2018년 4월 16일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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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그녀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책 속의 그녀는 한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로, 그녀의 스무 살 생일날 역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된다. 습한 비와 어두컴컴한 하늘을 위에 둔 채로. 그녀의 레스토랑 사장은 직원들에게 미스테리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레스토랑이 들어와있는 건물 6층에 사무실인지 집인지 모를 공간을 가지고 있는 그는, 매일 저녁 자신에게 식사를 전달해주는 레스토랑 매니저 말고는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어두컴컴한 생일날 , 그녀는 사정이  생긴 매니저대신 사장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게된다.  그녀는 70대 노인인 사장과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장은 그녀가 스무살의 생일날을 맞이한 사실을 알게된다.  사장은뜻 깊은 생일날 본인에게 식사를 가져다준것에 감사를 표하며 그녀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또한 식사를 가져다 준 감사의 의미와 특별한 생일을 맞이한 그녀를 위해 선물을 주고싶다고 말한다. 바로 그녀의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는 것이다. 미인이 되고 싶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등의 일반 소녀들의 소원을 예상햇던 노인은 그녀의 예상치 못한 소원에 놀라워한다.
 
 소원이란건 원래 아무에게도 말해주어선 안 되는 것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말해주기 싫어서 그런건진 몰라도 책 속에서 그녀는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어요”. 그녀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물론 물질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 공통의 소원인 모두의 건강, 행복 역시 아닐 것 같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며 여러가지 고민해보았다. 아마 그녀의 소원은 그녀 ‘자신’으로 인생을 살아가기가 아니었나 싶다. 요즘들어 부쩍 느끼는 거지만 ‘나’답게 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그녀는 이런 고민을 한다. “만일 내가 바라는만큼 예뻐지고, 부자가 된다면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의 구조를 다시 잘 파악할 수 있을까?”.  나답게 사는 것, 본인과의 연결들을 이해하는 것, 본인만의 스텝을 밟는 것, 아마 이런 것들은 어려운 것이기에 그녀 역시 소원의 힘을 빌려 이루고자 한 것 같다. 현명한 생일 선물이 될 것 같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책을 읽은 후 자전거를 타며 했던 고민들 중 ‘그녀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따위의 생각은 들지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은 후 두 단어에 꽂혔다. 생일과 소원, 작가의 말에서 하루키는 생일이 세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공평함을 지녔기에  특별하다고 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공평함’, 흔히들 인생을 불공평하다고 한다. 물론 나도 이에 동의한다. 이 사실에 불만도 없다. 그렇기에 이 불공평한 고도 자본주의에서 누구에게나 한 번씩 주어지는 생일이, 마치 천연기념물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하고 성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부터 나에게도 주어진 가장 특별한 날에 스스로에게 줄 선물을 고민해야겠다. 소원,  현실과 꿈이 구별되지 않는 곳에서 산신령같은 사람이 나타나 우리에게 단 한가지의 소원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할까?단 한가지를 골라야한다는 것이 나를 끝없는 고민으로 이끈다. 단 한가지의 소원이라면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라는 의미일 것이다. 가장 소중한 가치, 그러므로 소원을 갖는다는 것은 단지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종류의 동심을 뛰어넘는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