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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보통의 존재

이석원2009년 11월 4일
안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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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독서 베스트리뷰 선정 도서 | 대출하러가기]

[2017 베스트리뷰 공모전 수상작]

이 책은 그저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의 연속을 읽게 된다. 평범하지만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읽게 된다. 산문집이 현대 사회에서 베스트셀러 책 중에 항상 한권 이상씩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쁜 사회 속에서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 않고 편히 읽을 수 있는, 그리고 각박한 사회 속에서 남의 이야기를 읽고 있지만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쉽게 꿈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고 위로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이 일평생 유년이 기억에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불행일까 행복일까. 그리움에 젖어 돌아갈 수 없던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것으로만 보면 불행일 것이고,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또한 행복일 것이다.’

작가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었던 성북동을 회사 출퇴근 할 때 길을 돌아서 가더라도 들렸다 간다고 한다. 그때 그 시절 가족들이 외식하러 나갈 때 지나쳤던 길은 유년시절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한다. 나또한 성인이 되고나니 가족들이 한 식탁에 앉아 모두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가 어려운 일이 되버렸다. 그래서 가끔 집에서 혼자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 유년 시절의 기억을 느끼기 위해 졸업식 끝나고 아빠가 사주셨던 중국요리집에서 시켜 먹고는 한다. 그때는 더 분위기 좋고 비싼 음식점을 안 간 것이 서운했는데 아무리 혼자 탕수육, 짜장면을 배불리 먹어도 그때의 가족들과 먹었던 추억의 맛보다는 덜 했다. 그리워할 대상인 가족들과 먹었던 추억이 아직까지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나의 생활도 나중에는 과거의 추억이 될 것이고 그리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소중함을 느낀다.

 

 ‘연애란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되는 것.‘

연애는 하고 싶으면서도 하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연애를 하여 누군가에게 필요의 일부가 되고 사랑을 받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느 누구도 거부하고 싶지 않는 감정이다. 하지만 그 연애의 끝이 나면 경험의 일부가 되고 상처가 되고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더 이상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기에 연애를 하고 싶지 않게 된다. 나는 모든 연애에 있어서 고비와 충돌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 둘이 어떻게 항상 사랑하는 감정만 가질 수 있을까. 고비와 충돌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비와 충돌을 통해 더욱 필요해 지는 존재가 될 수도 있으며 이별을 맞이할 수 있다. 나는 이별은 아름다울 수 가 없다고 단언한다. 내가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사람을 잊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필요의 일부가 된다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누구도 경험하기 싫다. 그리고 그 아픔이 얼마나 큰지 회복이 안 될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된다. 가슴에 묻어 두고 살게 되고 다른 사랑을 통해 치유 받는다. 이또한 나는 소중하게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의 일부가 되었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고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어 똑같은 아픔을 겪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나은 연애를 할 것이고 더 좋은 사랑이 나에게 오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서 너무나 힘들고 나만 아픈 것 같던 생각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책 이름처럼 나도 보통의 존재였던 것이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별거 아닌 일이 왜이리도 힘이 들었는지 여전히 그러지만 지나가면 나아질 것을 알기에 다행이다. 만약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이 되지 않아 책을 덮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귀한 감정이 독자에게 올 것이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