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백승진
요즘 우리 사회에는 혐오와 차별이 굉장히 많다고 느낀다. 얼굴을 모를 정도의 아주 낯선 사람들이 댓글로 연예인들을 비롯한 타인을 비난하거나 혐오하는 일들도 빈번하다. 하지만, 이렇게 의도적인 비난에서 비롯한 혐오와 차별만이 우리 주변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주의자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차별과 혐오는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던 나도 ‘차별주의자’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대체로 차별을 범했는지를 잘 인지를 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차별을 했다면 ‘선량한 차별주의자’ 라고 정의한다.
책에서 정의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의미를 이해한 지 얼마 안됐을 때에는 ‘차별하지 않고자 노력하며 살아왔고 고의 없는 차별인데도, 날 ‘차별주의자’라고 칭하는 건 좀 억울한 일이 아닌가?’ 는 생각을 했었다. 대다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의도하지 않았기에 억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차별의 대상이 느꼈던 억울함은 우리도 느꼈던 억울함일 수 있기에 더욱 이해가 된다. 내 시야가 닿지 않는 정말 많은 사각지대에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기에, 누구나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너무나 많은 차별과 편견들을 모른 척 지나가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은 억울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작가가 책의 제목을 지을 때, 차별주의자 앞에 ‘선량한’을 붙인 의도를 생각해봤을 때, 독자가 사소한 것부터 해결하여 결국엔 개선된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붙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공간에나 사각지대는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사각지대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 없었다. 어떤 공간이든 어떻게든 익숙함만을 갈망하며 그동안 살아왔다. 나만 익숙함을 찾아 나만 편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또 다시 모른 척 지나가지 말고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나의 시야를 넓혀 준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익숙함을 찾기보다는 그 너머의 생각과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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