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날 해 질 녁에 느이 아부지 어깨를 짚고 절름절름 옥상에 올라갔다이. 난간에 기대서서 현수막을 길게 내리고 소리질렀다이. 내 아들을 살려내라아. 살인마 전두환을 찢어죽이자아. 정수리까지 피가 뜨거워지게 소리 질렀다이. 경찰들이 비상계단으로 올라올 때까지, 나를 들쳐메고서 입원실 침대에 던져놓을 때까지 그렇게 소리 질렀다이.” 189, 190p, 6장 꽃 핀 쪽으로
각 장의 목소리가 독보적이었지만, 6장은 ‘소년‘의 어머니가 들려주는 육성이 내내 귀에 맴도는 기분이었다. 그 먹먹함이, 그 분노가 가슴에 차오르곤 하였다. 필연적으로 겹쳐지는 각 장의 전개, 그럼에도 독립적으로 펼쳐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 사실을 뚫고 가슴을 울리는 묘사, 책을 읽는 내내 이것이야말로 소설이구나 생각했다.
소년이 온다는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고 영화로서만 많이 다뤄졌던 그 이야기를 수면 위로 그리고 놀라운 문학적인 필체와 함께 씌어졌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아픔이 되살아나고 부끄러운 역사가 되살아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하고 그리고 이겨야 한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 너머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끝나지 못할 소설의 ‘끝‘에서는 새로운 아픔이 아닌 한 단계 진보된 민주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남은 자들은 죄책감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이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언가라도 해보는 것 일테다. 이제, 우리는 ‘그 도시‘를 광주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소설가 한강은 진실을 담아 소설을 썼다. 소설로 ‘소년‘을 부르고 있다. 언제까지나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마다 ‘소년‘은 올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