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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우리말처럼 읽히는 리베르 세계문학)

오만과 편견 (우리말처럼 읽히는 리베르 세계문학)

제인 오스틴리베르2006년 3월 24일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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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되면서, 학술정보관에서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들을 둘러보다가 e-Book 서비스를 찾게 되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동네 도서관이 모두 휴관을 하게 되어서 안타까워하던 찰나에, 전자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하지만 손에 잘 잡히지는 않아서 한 번도 읽지 못했던 오만과 편견을 읽기로 하였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지만 어떤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던 사실은 이 소설의 등장인물인 Mr. Darcy 가 영국의 gentleman으로 불린다는 사실이었다. 전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니 한정되어 있어서 리베르에서 2006년에 출판한 오만과 편견을 읽기로 하였다.

이 책은 약간의 코믹함과 로맨스적 요소가 적절히 섞여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당시 영국의 19세기 모습을 볼 때 당돌하고 발랄한 여성 주인공의 자주적인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당시의 계층과 돈으로 어지러운 현실을 벗어나게 해 주는 하나의 도구가 되었기에 이 책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재의 페미니즘과 관련된 도서가 인기 있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나 지금이나 주체적인 여성상은 주체적인 남성상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매력을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또한, 인간의 `오만`함과 `편견`에 대한 작가의 고찰도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아들어 가 있어 제목과도 동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아시는 사람들로부터 평가가 많이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인상이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여 그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그를 오만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인 찰스 빙리는 다아시의 배려 깊은 마음을 알고 그를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는 소설 속에서 밝고 활발하며 씩씩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다아시를 향한 편견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100%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아시는 연 수입 1만 파운드의 재산을 가진 부유함을 갖춘 사람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의 성격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지위와 돈과 연결되게 되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다아시는 말이 많고 촐싹거리는 베넷부인과 제인, 엘리자베스를 제외한 딸들을 보면서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말과 행동을 한다. 엘리자베스 베넷은 그를 향한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아시가 지금까지도 gentleman의 정석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가 부와 명예를 내려놓은 순간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사라졌을 때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아시가 그의 오만함을 내려놓았기에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사라질 수 있었다.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지만 사실 책을 읽고 약간 실망했다. 아니, 내용은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바로 번역된 문체였다. 영국의 19세기,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주인공들의 대화는 우회적인 말들과 미사여구로 인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번역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러한 대화체의 맛이 사라지게 되고 오히려 딱딱하고 밋밋하게 바뀐 것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번 원서로 읽어보면서 그 영국스러운 문체를 온몸으로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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