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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마들렌

오후의 마들렌

윤해령소울에임2017년 6월 5일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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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다. 로맨스 소설답게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꽤 아름다웠다. 남자 주인공인 시형의 집은 부유했고, 그 집에 사는 남자들은 인기 시나리오 작가와 인기 남자 가수였다. 완벽한 남자들이다. 그리고 인기 가수의 장난으로 어쩌다 동거하게 된 이혼녀 여자 주인공 민성을 사랑하는 시형. 나는 부드러운 문체와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책이 부담 없이 수월하게 읽혔다. 확실히 하고 싶은 점은 이 책이 좋았던 것과 잘 읽힌다는 것은 별개이다. 이 책은 좋은 점 보다 아쉬운 점이 많았던 책이었다. 크게 2가지 면에서 아쉬웠다. 첫 번째는 여자 주인공의 포지션이 ‘신데렐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점이었다.

 

첫 번째 아쉬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요즘 문학계의 유행을 언급하고자 한다. 내가 느끼기에 최근 페미니즘 붐이 문학계에도 불고 있는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소설 곳곳에서 페미니즘 요소가 눈에 띈다. 본 소설의 초반에도 그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작품 극 초반에 이혼녀라는 설정, 그런 이혼녀가 사회에서 비난받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런 대우를 받은 여자 주인공인 민성은 그들에게 기죽지 않고 당차게 맞섰다. 그런 모습을 통해 이 작품 역시 페미니즘 요소가 녹아있겠거니 예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의 당찬 여성은 초반에 잠깐 나올 뿐이었다. 나는 페미니즘 문학을 지지하고, 모든 문학이 다 그런 경향을 띄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초반에 여자 주인공을 그렇게 씩씩하게 묘사했음에도 결국 모든 난관은 남자 주인공인 시형에 의해 해결된다는 점이 성격 부분에서 일관성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역경 속에서 피워내는 것은 흔한 클리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역경을 모두 남자 주인공이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 처음에 묘사한 씩씩한 여자 주인공은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 여타 로맨스물처럼 이 작품에서도 사랑은 대체로 남자 주인공인 시형이 민성의 위기를 해결해 주면서 커지는 모습을 보인다. 전형적인 신데렐라형 인물일 뿐 만 아니라 모든 사건이 비슷한 패턴으로 풀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뻔한 전개에서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인 ‘비현실성’은 시형과 해경, 재호 모두에게 해당한다. 시형은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으로 여자 주인공인 민성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인기 시나리오 작가이다. 해경은 시형과 같이 사는 룸메이트이다. 시형의 집에 얹혀사는 인물로 인기 남자 가수이다. 하지만 신용 문제로 활동하지 않는 상태이다. 재호는 민성의 전 남편이다. 그와 민성 사이에는 재성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고, 재성은 민성과 함께 살고 있다. 우선, 시형과 해경의 비현실성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인기 시나리오 작가와 인기 가수가 주변에서 흔한 직업은 아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소설이니까 넘어갈 수 있다. 소설이니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두 번째 비현실성은 재호라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재호의 역할은 ‘ 절대 악’이다. 소설이 민성의 이혼 장면으로 시작하였음에도 재호는 작품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장면은 시형과 민성의 사랑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재호는 시형에 비해 모든 면에서 어리숙하다. 다짜고짜 그의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집으로 찾아오지를 않나, 시형의 말 몇 마디에 꼬리를 내리지를 않나, 민성의 거짓말에 금방 속아 넘어가지를 않나. 근본 없이 민성과 시형의 사랑 사이를 방해하지만, 크게 위협하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너무 비참한 일회용 캐릭터라는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설정했는지 알 수 없으나 너무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설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품 마지막 쪽에서 재성을 데려가려는 이유가 단지 ‘엄마가 결혼하려면 손자를 데려오라고 해서’라니. 30대가 하는 생각치고는 너무 얕다. 이런 점이 작품 곳곳에서 보여서 재호의 현실성은 떨어졌고 단지 작가가 멍청한 캐릭터를 어쩔 수 없이 등장시키는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이 작품에서 좋았던 점은 특이한 작가의 시선이었다. 인간관계를 실로 표현한 것이나, 순간의 선택에 맡기라는 것 등이 신선했다. 소설 전개 중에 다소 투박하게 제시된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새로운 비유로 특정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 본 작가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밝혔 듯 오후의 마들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당도의 마들렌으로 시형을 의미한다. 에필로그가 없다면 바로 이해하기 힘든 이 책의 제목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에필로그가 있기에 마지막에 무슨 뜻인 지 이해했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제목과의 연관성을 찾는다면 다소 힘들 것이다. 달콤한 디자인이었지만 아주 달콤하지는 못 한 로맨스였다. 주인공들의 스펙은 멋졌지만 감정의 정도는 조금 미숙했다. 봄의 헛헛함을 채워주기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예쁜 문체였다. 부드러운 문체를 쓰는 작가이기에 나중에 서점에서 만난다면 다시 한 번쯤 책을 들춰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