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감사전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
김경미
‘아는 게 많아지면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올라간다’라는 말이 있다. 똑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꽃이 많이 피었다. 와 가을이라 금목서가 한가득 만개했구나. 는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작품만 보는 것 보다 작가의 삶과 특징, 기법 등을 알고 감상하면 더욱 인상 깊어지는 것과 같다. 글도 마찬가지다. 아는 단어가 많아질수록 그 단어만이 가지고 있는 말맛을 깨닫게 된다. 에둘러 말해야 하는 일을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고, 말의 재미와 운율을 넣어 멋있는 문장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좀 더 단어가 가진 어감이나 맥락, 차이들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추상적인 의미로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명료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느꼈다. 하지만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명쾌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국어사전이 유의어를 동의어로 정의하거나 순환 정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과실’과 ‘과일’을 동의어로 정의하거나, 모습의 정의를 ‘사람의 생긴 모양’으로. 모양의 정의를 ‘겉으로 나타나는 생김새나 모습’ 등으로 정의한다. 결국 차이를 밝히는 일은 포기한 채로 그때그때 감각에 맞춰 쓰곤 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단어의 속뜻과 어감을 살펴보는 책이다. 그동안 감에만 의존해 왔던 단어를 더욱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돕는다. 과일이나 과실, 참견이나 간섭, 사실과 진실 등의 90가지 유의어/혼동어를 묶어 비교하고 대조했다. 첫 문단은 단어와 연관된 이야기나 사례를 예로 들어 독자의 흥미를 끈다. 그 후 각 단어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니는지 설명한다. 주로 사용되는 방식을 보여주며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예문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는 촉각과 감촉과 촉감의 차이였다. 촉각은 피부의 감각 기능을 뜻하는 말이라면, 물체에 접촉했을 때 피부가 실제로 느끼는 감각은 ‘감촉’ 또는 ‘촉감’이다. 또 ‘감촉’과 ‘촉감’도 더 세부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감촉은 어떤 물체가 피부에 닿는 것을 느끼는 일을 가리키고, 촉감은 어떤 물체를 피부에 접촉하여 어떠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일을 가리킨다. 곧, 능동과 수동. 비의 도성과 의도성인데 이는 예문으로 확인하면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 뺨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이 상쾌하다.
나: 한번 만져보세요. 촉감이 달라요.
이렇듯 우리말 어감 사전에는 90가지가 넘는 단어들의 속뜻을 풀이해 주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감에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적확한 단어를 고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사소한 차이는 소통하는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한국어가 모국어라면, 맥락상. 뉘앙스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들어가는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단어의 세부 차이와 말뜻을 구분할 수 있다면 바라보는 세상도, 표현할 수 있는 글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방랑’과 ‘유랑’의 차이를 아는 것과 같이 말이다. 무엇이 다른지는 직접 책에서 찾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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