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세계문학전집 103)
서론
몇 달 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었다. 책을 구매하기 전에 서평을 먼저 읽어봤는데, <인간실격>의 퇴폐적인 감성과 우울감 때문에 읽기 거북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읽을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실격’이라는 책의 제목이 너무나도 강렬한 나머지, 바로 주문해버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봤는데, 책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어떻게 고독, 우울, 배신, 인간, 죄라는 핵심 단어들에서 “인간실격”이라는 제목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본론: 책이 재미있었다고 느낀 이유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지루할 틈 없이 후루룩 읽어버렸다. 여러 독후감을 읽어 보니, 주인공의 성격과 비슷하거나,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았다. 물론 지루했다고 하더라도 공감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말이 아니다. 지금부터는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이유를 적어보겠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 주인공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 예민한데다가 청력이 조금 좋아서 듣고 싶지 않은 것까지 들어버릴 때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타인의 시선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 요조는 예민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성적인 성격에 공감하고, 그가 겪었던 일들을 마치 내가 겪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재밌었던 이유는 ‘문체’이다. 나는 사실 경어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경어체를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독자를 신경 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등장인물의 내면, 행동, 사건의 묘사가 부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해당된다. 경어체를 사용하면 ‘솔직함’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경어체를 사용하면서도 주인공의 불행, 깊은 내면 안에 쌓여 있던 불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경어체를 사용하면서도 너무나 솔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글을 읽는 내내 새로운 느낌이었다. “아무리 책이어도 사람들은 작가와 작품을 연결시켜 이해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서술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 재미있었던 이유는 ‘죄의식’(자아성찰)이다. 이 책에는 큰 배경이 두 개 있다. 그것은 ‘공산주의’와 ‘패전 이후’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인공 요조는 하인들을 두고 있는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부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것을 선택받은 것으로 여기고 만족해할 것이다. 하지만 요조는 부자인 것,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꼈다. 특히 패전 이후 내려앉고 있는 나라에서, 비참한 삶을 사는 주변 사람과는 다른 자신의 특권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운동가들을 지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당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유 말이다. 현대에 들어서고,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멀어지고,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불공정과 차별에 대해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나만 좋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뻔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고발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론: 책의 교훈
나는 이 책의 핵심이 ‘자아성찰’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책 맨 뒤의 역자 해설을 보고 동의한 것이긴 하다. 주인공 요조의 내면을 보면, 해결 방법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조는 자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마 다자이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여기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요조가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물론 이 질문이 성립했다면, <인간실격>같은 작품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요조가 파악한 문제들에 대해 직면하고,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이 책은, “섬세한 감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삶을 살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