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합본)
윤수민
매체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전쟁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드라마, 영화, 만화에서 전쟁은 위험하고 잔인하며,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묘사된다. 전쟁으로 인해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을 죽이고 눈앞에서 가족들이 죽는다. 이런 장면들은 보는 우리에게 많은 감정을 안겨주지만 실제로 전쟁 시에 느끼는 참혹함을 전부 알려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매체에서 다루는 시대물들에 있어 고증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현재 사람들 눈에 너무도 혐오스럽고 무서워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평화로운 삶에 기준이 맞추어진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모습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전쟁을 소재로 창작을 할 때에는 슬프고 안타까운 요소와 긴박감을 주는 전투 장면 조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쥐>의 저자인 아트 슈피겔만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대인 아버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얘기를 듣자마자 저자의 아버지가 어떤 일을 겪었을지 바로 눈치챌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가 전쟁 전부터 전쟁 후까지 겪은 이야기들을 다루었다. 책을 읽으면 마치 내가 저자의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쟁을 먼 예전 일로만 여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전쟁의 참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말해주는 것이다. 전쟁 전의 평범했던 삶이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망가질 수 있으며 전쟁 후 여전히 그 상처가 어떻게 남는지를 말이다. 그 일들을 적나라하게 알려주어 내가 알던 전쟁의 모습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서글픈 느낌을 준다.
책의 내용은 보는 내게 큰 충격이었다. 하는 일이 조금 안 풀리고, 손끝이 종이에 베이고, 복통이 30분만 있어도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외치는 내 모습이 저들에게는 얼마나 사치일까. 저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의 생명이 경의로웠고 그런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 잔혹스럽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스실에 관련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스실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죽이는 방법 중 가장 애용하는 방법이다. 그곳에 들어가기 전, 수용자들에게 목욕을 시켜준 다는 것처럼 속여서 방안에 넣어두곤 유독가스를 주입시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죽인다. 이 일화가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가스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팔이 제 몸길이의 두 배가 되었다는 증언과, 그 증언을 덤덤하게 블라덱 슈피겔만에게 전하는 수용자의 모습, 그리고 목욕이라는 말을 굳게 믿은 수용자들이 옷을 곱게 접어 의심 없이 들어가 죽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 모습들이 전쟁에서는 흔한 일이라는 것이 읽으면서 너무도 슬펐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 많다. 제대로 몰랐던 전쟁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가능성을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알게 된 계기가 전쟁이라는 점에서 숙연함을 느꼈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여러 번 읽고 구매도 했다. 사람들이 이 책을 좀 더 많이 접하고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느끼고 깨닫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