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옷장 (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이 책은 20년간 패션계에 종사한 저자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패션에 대한 장벽을 깨고자 하여 쓴 책이다. 우리의 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한 부분을 차지하는 옷에 대한 여러 지식들과 옷에 숨겨진 인문학적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실용적인 스타일링과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 옷을 입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밀리의 서재라는 독서 어플에서 패션 관련 책을 읽고 싶어 검색하다가 읽게 된 책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람들은 타인의 패션에 쉽게 관심을 가지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오랫동안 수근거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밖을 나설 때 한껏 꾸민 모습이 스스로도 너무 어색하고 혹시 다른 사람들이 내 패션이나 스타일링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내 옷차림에 대한 비판을 하더라도 기분이 상할 필요는 없다. 촌스럽고 안 어울린다는 말에 기분이 상해 버리면 자신감이 떨어져 앞으로도 패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고 그로 인해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패션은 자존심, 자존감을 높일 수 잇는 방법 중 하나이다. 패션을 통한 타인의 관심에 얽매일 때는 구속이 되지만 스스로 그 반응을 즐길 수 있을 때는 생활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도 공감이 갔다.
“앞니가 벌어져서 좋겠다.” “짝눈이어서 부럽다.” “광대뼈가 커서 좋겠다.” 유명 패션모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는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반적으로는 단점으로 인식되는 외모도 패션의 영역에서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승화되어 자신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 있는 표정이라는 말도 정말 인상 깊게 남았다.
평소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스타일인 ‘스킨헤드’ 스타일이 책에 나와 반가운 마음에 기억에 남기도 했다. 거칠고 단단한 이미지에 머리를 밀고, 강인해 보이는 문신을 새긴 다음 항공재킷에 닥터마틴 부츠 등 꽤나 매력적인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블레이저의 유래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1877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보트클럽 선수들이 학교의 시그니처 컬러인 다홍색 재킷을 맞춰 입고 보트에 오르기 전 다홍색 재킷을 벗어던졌고 그 광경이 눈부신 햇살을 받아 불이 타오르는 blazing 느낌을 주어 이후 사람들에게 블레이저라고 불린다고 한다. 또 미국 시사 주간지인 ‘타임’은 2012년 런던올림픽 참가국들의 유니폼을 베스트와 워스트로 구분했는데 당시 베스트 유니폼에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한국의 유니폼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는 내용은 정말 자랑스러웠다.
패션에 대한 정답은 없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매력에 어울리는 패션을 생각해보고 관심을 갖는다면 누구나 패션 피플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온 내용인 패션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의 말에 따르면 “패션은 옷에 국한도니 것이 아닌 모든 변화이다. 착용자의 태도에 따라 옷의 느낌은 달라진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디자인을 당당하게 입어주기를 원한다. 그 자신감이 디자인을 완성시켜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옷을 사듯 자신감 있고 매너 있는 애티튜드를 가져보자.” 이 말을 새겨 듣고 앞으로 패션에 대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