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제40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1977~ 2016)
김민지
소설을 읽다보면,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글만을 읽게 되기 마련이다. 최근 나 역시 그러했기에 여러 작가의 작품이 실린 작품집을 접하게 되었다.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걸맞게 실린 작품들은 모두 훌륭했고, 작가의 생각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많았다. 나는 그 중 [빈 방]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빈 방은 어린왕자의 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점을 눈에 보이게 설명해준 글이었다. 나는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약간 추상적인 면이 있어, 사실 공감되지 않는 구절이 많았다. 그 중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공감하기 힘들었던 말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였다. 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핸드폰, 아끼는 펜, 컴퓨터 등 모두 눈에 보이는 것들이었다. 설령, 눈에 보이지 않은 권력, 인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일 지라도, 요즘엔 모두 메신저의 친구수, 페이스북과 인스타와 같은 SNS의 좋아요를 통해서 모두 눈에 보이는 것으로 되었기에 완벽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시한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것을 꾸준히 접해온 나였기에 어린왕자의 말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빈 방]이라는 작품에서는 이를 가시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주인공이 새로 이사 온 집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인테리어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테리어를 따라하거나 다른 사람의 조언에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어렵게 인테리어 했는데, 정작 그 집은 본연적인 편안함을 잃었다. 주인공은 밖이 아니라 집에서 차려입고, 조금만 가구가 흐트러져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이런 주인공의 태도와 집을 대하는 태도에서 중요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게 되었다. 내가 이 작품을 읽고 생각한 어린왕자의 말은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이다. 이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왜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고 보니 보이는 것이 중요해 지는 과정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추상적인 것 중에서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랑, 우정 같은 감정은 타인에게 쉽게 보여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기에, 설령 그 감정이 다른 사람보다 덜 자극적인 감정일 지라도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고, 섣부르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핸드폰이 100만원이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하자. 그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200만원짜리 핸드폰을 들이민다면, 내 핸드폰이 전만큼 소중하게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누군가가 겨우 100만원 핸드폰이 소중하냐며 얕보는 말을 쉽게 뱉을 수 있다. 이렇듯 만약 우리가 보이는 것을 ‘중요한 것’이라고 삼는다면, 이는 쉽게 타인에 의해 변질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를 지양하자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의 의견에 의해 쉽게 좌지우지 되는 주인공이 답답하면서도 공감됐다. 아마 내가 그간 보이는 것에서 중요한 것을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그러한 태도보다, 본질적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를 지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