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이 책은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레이첼 카슨’이 무분별한 화학용품 사용이 어떻게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책이 출판된 1962년에 자주 사용한 화학품 DDT를 주로 다루며 처음에는 해충을 잡기 위한 이 물질이 어떻게 토양에, 수질에, 나아가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그 경로를 제시한다.
옛이야기를 듣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던 책 초반에는 그녀가 알려주는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특정 식물이나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사용한 물질이 다시 우리 밥상에 심지어 더 심한 독성을 가지고 오른다는 점이 신기했다. 하지만 책을 더 읽을수록 무력함에 사로잡혔는데 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을 막거나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독물을 희석하기에 나개인의 노력은 너무나 미약했고 이러한 화학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특별히 취할 수 있는 행동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그 전선에 있다고 하더라도 벌레들과 함께하는 방법보단 그것들을 제거하는 길을 택할 것 같았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그녀가 보여주는 비관적인 현실에 낙담하고 있을 때 그녀는 책 말미에 해결책을 제시해 줬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말고, 자연의 섭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그 천적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내가 직접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희망이 없다는 허탈함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저자가 예상했듯 이제 곤충 대부분은 DDT에 대해 내성을 지니게 되었고, 사람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 확인되어 1972년 미국은본 물질을 전면 금지하였다. DDT의 위험성에 대해 주를 이루는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1세기 현대인에게 두 가지 사실을 전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는 책이다.
첫째, 인간을 제외한 다른 생물에게만 해로운 화학물질은 없다. 본 책을 통해 우리는 유해 곤충 혹은 식물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된 화학물질이 인간에게도 치명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인간 외 다른 생물에게만 치명적인 화학물질이 존재하는 걸까, 단지 이는 DDT라는물질만이 가진 특징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16 대한민국에서 큰 이슈였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의 세균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기계 작동 과정에서 공기 중에 퍼졌고, 이를 마신 사람들의 폐가 딱딱하게 굳어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른 사람들이 속출한 사건을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 회사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실험 결과 가습기에서 쉽게 번식하는 균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인체에는 무해한 물질임이 확인된 살균제’라며 제품을 홍보하였고 사람들은 이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 그 내막을 들춰보니 기업들이 실험 결과를 정해두고 그 결과 도출을 위해 여러 부실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제야 비로소 여러 전문가와 정부는 미디어를 통해 인간에게 무해한 살균제는 없음을 공식 입장으로 내보였는데 이를 확장해보면 결국 생물에게 위협적인 모든 화학제품은 정도만 다를 뿐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우리의 편의를 위해 여러 독성물질이 개발되고 있으나 이러한 물질의 칼날은 결국 인간을 향하고 있음을 염두에두어야 한다.
둘째, 우리의 편리함을 위한 물질들이 어떤 끝을 맞이하는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비단 화학물질만이 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물질은 ‘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에 깊게 자리 잡아 삶에 편의성을 더한 제품이지만, 우리가편리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여러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음을 모르는 현대인은 드물다. 일단 이 물질이 토양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약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오랜 기간이 지나 분해가 되더라도 끝이 아닌데, ‘다이옥신’이라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쓰레기 처리 방법인 소각 시에도 동일한 물질이 생긴다. 쓰레기 처리 방법 중 주로 쓰이는 해양투기 방법도안전하지 않다. 이를 바다에 버린다면 바다생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기라도 한다면 인간은 식탁에서 다시 본인들이 버린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먹은 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것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부식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뿜어낸다는 특징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는 <침묵의 봄> 저자가 제시한 DDT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과정과 아주 유사하며, 결국 우리가 어떤 물질을 쓸 때 그 물질이 어떤 끝을 맞이하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환경문제가 날카롭게 건의되기 되는 이 시점에 이 책을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슈로 잠시 시들해진 환경 이슈 관련해서 조금 귀찮은 마음이 들었던 적도 더러 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지는 종이 빨대 대신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고 싶었고,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이 유난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우리 앞에 있는 것만 생각했다간 그것들이 다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함은 감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