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4月-6月)
1Q84는 독서클럽에서 읽은 책이다. 그래서 조원들과 토론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장편소설에 도전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지면서 점점 긴 글을 읽기가 힘들어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독서근육을 키우기 위해 1Q84라는 장편소설을 읽기로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무려 3권까지 있는 책이었다. 함께 토론하며 읽은 내용 중에서 기억에 남는 점은 이 책이 쓰인 당시 일본의 생활상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다. 독서클럽 지도교수님께서 <1Q84>의 시대상이 일본의 1984년인 점 또한 작품을 보는 데 흥미로운 요소라고 말씀해 주셨다. 일본의 1984년은 경제적으로 전성기라 불릴 만큼 잘 살았던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 주인공들은 ‘프리랜서’ 개념의 직업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 걱정없이 잘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오마메도 사무직, 직장인 개념이 아닌 스포츠 센터에 다니며 개인 의뢰를 받아 돌아다니는 직업이다. 덴고 또한 전문적인 소설가가 아닌 학원강사를 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그의 직장 상사인 고마쓰도 편집을 하지만 이 역시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공기 번데기>와 같이 자신이 일을 만들어내는 프리랜서 개념의 일을 하고 있다. 덴고의 아버지는 NHK 수금원으로 주말에까지 일을 하지만 덴고의 성장과정에서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표현은 딱히 없는 것으로 보아, <1Q84>의 시대상인 일본의 1984년은 굉장히 경제적으로 성장해있던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얽힌 이야기까지 생각하며 읽으니 더 재미있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목차가 덴고–아오마메–덴고–아오마메와 같이 남여 주인공들이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구성이다. 그래서 한 인물의 이야기 뒤에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형식으로 나오면, 앞서 나오던 인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다음 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면 또 그 인물의 뒷 내용이 궁금해진다. 이런식으로 속도가 붙어 정말 빠른 시간 내에 1권을 다 읽게 되었다. 1권을 읽으면서 스토리 구성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1984가 아닌 1Q84의 세계를 만들었으며, 그 세계 속 인물들이 사건을 중점으로 물 흐르듯이 모두 연결이 될 수 있을까, 이 점이 정말 놀라웠다. 인물들 간의 연결점이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덴고랑 아오마메는 이렇게 아는 사이였구나! 근데 두 인물 모두 선구리더와 연결이 될 거 같은데 그럼 둘이 어떻게 만나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흥미롭고 참신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1Q84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였다. 1Q84는 1984년과 동시에 존재하는 평형세계인가? 아니면 등장인물들에게 1984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일까? 그들은 1Q84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진짜’의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라는 흥미가 계속해서 생겨나게 만드는 책이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책의 분량이 너무 길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 진입장벽을 깨고 나니 소설에 빠져들어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전개로 두꺼운 책도 빨리 읽게 만드는 것, 소설의 장점인 것 같다. 일본소설은 나와 결이 안맞는 점이 있어 마음에 쏙 드는 소설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력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내 취향과 맞는 책을 고를 줄 아는 눈이 생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