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감정조절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

이 책은 굉장히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은 것 같아 고르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화도 많이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기분이 태도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풀어내는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된 것 같다.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많은 20대들이 겪고 있을 고충, 아픔 들을 이겨내는 방법들 또한 이 책에 담겨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은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는 인간관계를 대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대해야 할지, 내 감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 사람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다.

아몬드 (양장)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도서 선정 이유]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책의 표지와 제목은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책의 표지였다. 
소년으로 짐작되는 사람이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반면 책의 제목은 ‘아몬드’ 꽤나 단순한 제목이었으나 표지와의 연관성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게 되었다.
  책을 펼치고 머지 않아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였던 책의 표지와 제목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었다.
표지 속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보였던 소년은 예상대로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책의 제목인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의 생김새를 의미하고 있었다.
(+ 실제로 궁금증이 생겨 검색해본 결과,  편도체의 모양을 묘사할 때 아몬드를 비유한 문장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의 줄거리와 소감] 
  여하튼, 본 책은 감정 표현 불능증을 가진, 즉 감정이 없는 소년이 성인이 되어가기까지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년은 ‘평범함’을 쫒아 감정을 가지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을 기울인다.
하지만 ‘평범함’을 타고나지 못한 탓일까, 누구나 그렇듯 주인공도 여러 맛을 지닌 삶을 살아가지만 그 맛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주인공은 어릴 적 집단 폭행으로 인한 살인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생일 날 주인공의 친모와 조모가 묻지마 살인사건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주인공이지만 그의 친모와 조모는 주인공에게 주인공은 느끼지 못 할 아낌 없는 사랑을 주었다.
그런 가족이 한 순간 눈 앞에서 희생 당했을 때의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소년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별다른 마음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무감정’을 부러워하고 닮고자 하는, 누구보다 감정적인 소년이 어느날 주인공 앞에 나타난다.
감정이 없지만 감정을 갖고자하는 자와 누구보다 감정적이지만 감정을 못느끼고 싶어하는 자.
감정이 없으나 무한한 사랑을 받아온 주인공과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하지만 사랑을 받아오지 못 한 친구를 둘러싼 이야기.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위대함, 우정의 힘, 때론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랑의 위대함, 냉혹한 현실…
이 책의 주제를 하나로 딱 정하기는 어렵지만, 인생을 다루듯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해당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당 책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뚜렷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이 많달까..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싫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좋은 필력과 더불어 다방면으로 책을 즐겨볼 수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넘긴다면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으나, 곱씹으며 읽을 수록 한 문장 문장이 그리 가벼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인생에 대한 작가의 고심과 고찰을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뼈저리지만 공감되는 문장들도 많아, 씁쓸하기도 했다.
분량이 짧고 가독성이 좋은 책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다루는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에 몰입하여 읽는 동안 다채로운 생각과 감정들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우들에게 본 책을 추천하고 싶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

 요즘 편의점을 주제로 한 책이 많네? 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 사실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별다른 끌림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몇 안 되는 큰 글자 도서이기 때문이다큰 글자 도서는 실버층을 포함한 시각 약자들을 위해 단행본을 크게 만든 책이다. 본문 및 표지 등 디자인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글자와 판형이 커진 형태이다.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학술정보 등 기관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좋은 분야의 도서를 선정해 만들고 있다. A4 사이즈의 눈에 확 띄는 크기인 이 책이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소비는 곧 공급으로 이어지기에 택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이 노숙자라니. 노숙자와 편의점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의 여정은 시작되었다독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서울역에 거주 중인 한 노숙자는 편의점 주인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다. 그 계기로 독고 씨는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되었고 다양한 손님을 만나며 그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곧 독고 자신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된다. 가명을 쓰는 이유는 주인공이 알코올 중독인 삶에 빠져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고는 서울역에서 생활을 하는 자신의 모습뿐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시현과 오 여사, 퇴근 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을 자주 먹는 경만, 배우라는 직업에서 작가로 새 꿈을 이어나가는 인경, 경찰복을 벗고 심부름 소로 그리고 또 편의점으로 일을 이어가는 곽씨.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불편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독고는 말아 든 행동이든 또는 그것이 마음이든 변화의 씨앗을 준다. 기존에 삶을 탈피하고 변화를 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행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하물며 서울 바닥에 널리고 널린 그 흔한 편의점 중 하나그곳에서 이뤄지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아이러니한 일들은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준다. 이 책은 나에게 다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여정의 끝에서 나는 주인공에게 동화되었다.

 

한 낮의 시선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결핵에 걸린 주인공.
어머니가 마련해준 새 자취 방에서 전염성을 핑계로 여자친구인 P와의 만남까지도 피한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쉰다는 느낌.
을 만끽할 새도 없이, 앞집 사는 심리학 교수와의 대화로
주인공의 마음은 한순간에 어딘가로 이끌리게 된다.
여기까지가 본격적인 줄거리의 배경이다. 그리고 난 여기까지 읽고 이틀 정도 책을 방치했다.
심리학 교수가 너무 불쾌해서 혹시라도 더 나올까 봐 읽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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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기를 시작한 계기는
‘당신이 우울 할 때 세상은 빛을 잃는다. 당신 내부의 우울이 세상 외부의 빛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이다
감정이 너무 커지면 세상이 작게 느껴진다고도 말했던 작가인데, 그게 실은 감정이 세상을 덮을 만큼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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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주인공이 찾아 헤메는 아버지는 아버지로써 보여지는 문장이 단 한 가지도 없다. 철저하게 남인 아버지. 주인공은 심지어 이름도 몰랐다.
뭘 하던 사람이고, 왜 이렇게 됐는지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없다.
단지 아버지를 찾아 헤메는 한 청년의 불안정한 상태만 보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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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에게 부모는 사랑하지 않아도, 부모 그 자체의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주인공처럼 아버지가 없이 살았어도
내가 태어난 이상 아버지라는 건 존재 한다는 것이다.
죽었다면 죽은 채로 존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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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식에게 부모는 절대적일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랑하지 않아도 부모는 부모다 라는 부분에서
나는 부모님을 사랑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정의한 사랑을 기반으로 구분 짓는다면 난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내용이 우리 가족이 가족으로 존재하는 데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부모는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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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뭐길래 이렇게 얽매이게 되는 걸까?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지 말자. 그처럼 모호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용이 텅 빈 단어가 어디 있는가!’
나도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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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한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였다.

욕조가 놓인 방 (이승우 소설)

이 책은 어쨌든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타인에게 이끌리지만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당하지 못하는 당신.
그녀가 떠나고 나서 그녀의 욕조에 잠겨가며 비로소 사랑을 받아들인다.
“충동과 열정을 혼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신은 신중하다.
그러나 충동이 제 노릇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당신의 열정은 함량 미달이다.”
작가는 현대인의 사랑은 욕망 그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야기 ‘당신’ 처럼 계속해서 핑계와 이유를 찾는다고 한다.
연기가 일상이 되어 본인이 연기하는 그것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는 현대인…
난 특히 끝에 나오는 작품 해설 부분이 참 좋았다.
내가 읽은 것과는 조금 다른 해석. 그렇지만 이해되고 납득 됐다.
“당신과 그녀는 신화적인 만남을 한다. 첫 키스조차도.”
해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야 문명 유적지에서 만난 그녀와의 며칠은 거의 성스로울 정도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강렬한 매혹을 느낄지언정 서로에게 일상적 열정과 성실성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신화적 공간에서는 서로에게 한없이 이끌리지만, 
그들의 사랑이 일상의 시공간으로 안착하게 되었을 때 그는 그녀의 고독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현대인에게는 그 어떤 사랑도 ‘신화적미달태’ 일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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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점은 ‘당신’이 이미 결혼하여 와이프가 있다는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녀와의 사랑은 불륜이 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헤어질 결심’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까지도 그 영화와 유사한 점이 많은 책이다.
사실 난 그 영화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은 좋았다.
‘당신’이 사랑을 외면하지만 결국엔 빠져드는 그 감정과 묘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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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두 문단을 읽고 난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다.
단기간에 연속으로 두 번 읽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당신의 소설이 당신의 의도를 배반하고 있거나, 당신이 진짜 의도를 감추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 책이 연애 소설로 읽히길 바란다.
연애보단 사랑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소설)

 가장 사랑하는 최애가 있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카리는 아이돌 최애를 응원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소녀이다. 최애를 위해 앨범을 사려고 돈을 벌고, 최애를 이해하기 위해 최애가 나오는 영상과 방송을 챙겨보고, 최애의 인터뷰를 적어 분석하는 것은 아카리의 일상이다. 남들이 평범하게 해내는 모든 일들이 아카리에게는 버겁다. 하지만 최애를 위해서 버거운 일들을 버텨가며 하루하루를 나아간다. 그렇게 살아오던 아카리는 최애의 논란을 마주하게 된다. 논란은 금세 조용해졌지만, 일 년 후 아카리가 응원하던 그룹은 해체를, 아카리의 최애는 은퇴를 발표한다.                                                                               나의 최애도 아이돌이다. 그래서 아카리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최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아카리처럼 나 역시도 최애의 세계가 궁금했고 그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온다.’라던 아카리의 말처럼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도 최애가 추천해 준 음식을 먹어보고 최애가 좋아하는 곡을 듣고 최애는 내 삶에 그렇게 존재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최애의 은퇴로 아카리는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이내 최애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 최애를 사랑하며 버텨온 모든 것들이 삶의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이족보행은 맞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기어다니면서라도 나아가려는 아카리의 모습은 아카리를 끝내 이해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k-pop이 유명해지면서 아이돌 덕질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가 없는 사랑을 믿지 못하고 아이돌을 향한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이돌이 최애인 사람이라면 아이돌이 밥 먹여주니?’, ‘네가 이렇게 좋아해도 걔네는 너 알지도 못해와 같은 말을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돌은 팬에게 돈을 주지 않고 모든 팬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대가 없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최애를 사랑하는 마음이 척추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최애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최애로 인해 상처받고 무너져 본 사람에게는 위로를, 최애가 없어서 최애를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소설)

단편 소설 7개가 엮여있는 책이다. 각 챕터는 등장인물도 사건도 전부 다르지만 어쨌든 사랑? 그런 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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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 희미한 빛으로도
그녀와 나(희원)이 등장한다. 영어 교사인 그녀와 학생인 나.
편향되지 않은 글은 뜻이 없고 순종적인 글이라는 뜻 만은 아니다.
책에서 누군가가 과장된 먼 이야기가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아주 평범한 일상이라는 게 잘 느껴지는 챕터다.
어린 시절 도움 받았던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남자 선생님보다 여자 선생님께 더 큰 애착을 가졌던 것은
아마 나의 미래를 그들을 통해 상상해봤기 때문인 것 같다.
이야기 속에서 희원도 그렇다.
그녀의 현재가 희원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읽은 것 치고 후에 생각할 게 많았던 챕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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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몫 (개인적으로 제일 좋게 느껴진 에피소드였다)
당신(나), 희영, 정윤 + 용욱이 등장한다.
대자보에 적힌 정윤의 글을 읽고, 읽으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문학 동아리에 들었고, 희영은 동기다.
그대로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하며 그게 보인다고 일러주는 일이라고 했다.
이 챕터에서 주인공은 ‘당신’이라는 칭호로 등장한다.
그래서 더욱 몰입 됐던 것도 있다.
아마 정윤에게 ‘존경’이라는 감정을 가졌을 희영과, 입 밖으로 뱉은 용욱이 느꼈을 감정은 매우 달랐을 것이다.
존경과, 이기심 그 사이다.
유년기에 나는 보통 희영이였고 용욱을 싫어했다. 그리고 정윤이들과도 유사한 이유로 멀어져 갔다.
그래도 마지막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거나, 당신이라는 친구와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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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년
나와 직장 후배였던 다희가 병원에서 재회하며 시작한다.
조금 의문을 가지게 된 챕터다.
책에서 ‘그때의 자신은 온전한 남처럼 기억됐다’ 라는 식의 문장이 몇 번 나오는데, 이 작가는 그것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타자화라는 게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이 작가는 본인의 과거는 전부 본인이기 때문에 가꾸고 돌보고 포용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글에서 ‘나’는 ‘다희’를 생각하며 눈이 가득 덮여도 사라지는 것은 없다고, 그녀는 여전히 그녀인 채로 살아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 눈이 가득 덮이는 사이에 다희가 느꼈을 끔찍한 추위가 그녀의 근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와 나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서 머릿속에 물음 표가 많이 떴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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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답신
나,언니, 형부와 사랑하는 조카 +아빠,고모 할머니 등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파트였던 것 같다.
뒤에 책의 내용을 리뷰? 하는 부분에서도 이 부분에서 다들 분노를 느꼈을 거라고 써있어서 어떻게 알았지 싶었다.
이야기에서 나는 불운한 나의 인생을 날 버리고 떠난 엄마를 탓하며 위로했고, 후엔 언니의 인생을 모두 형부 탓을 했다.
그게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들이 나빴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두 개의 사실을 한 번에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18년도의 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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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파종
소리, 나, 오빠(소리의 삼촌) 이 등장하는 내용이다.
7개 이야기 중에 가장 쉽게 읽은 대목이다.
이야기는 소리의 자퇴 선언으로 시작된다.
소리 뿐만 아니라 ‘나’도 가족, 더군다나 부모라고 생각했던 이의 이별은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보다 외로운 순간은 그 그리운 상대에 대한 얘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못함을 깨달을 때다.
소리가 무슨 마음으로 백일장 대회에 삼촌 얘기를 썼을지 너무 이해돼서 가슴 아팠다.
소리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철이 들어있어서 내 동생이 생각났다.
너무 아기인데, 사춘기인데, 티 내지 않은 게 습관이 되어버린 내 동생이 생각나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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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모에게
이모, 엄마, 아빠, 내가 등장한다.
이모를 닮은 나, 이모의 삶과 짐이 되어버린 나.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아도 되는 나.
‘나’의 삶의 대부분에 이모다 들어 차있다.
이모에 대한 속마음을 무시하면서도 거울에서 이모와 닮은 자신을 발견하는 건
그건 어떤 마음일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이모에게 보여줄 때 나는 어떤 기분이였을까?
제일 공감이 안돼서 그만큼 많이 상상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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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기남(나), 우경, 진경, 마이클 + 제인
두 딸을 둔 기남과 남편의 편애
첫째 딸의 알코올 중독 사실을 고백함과 동시에 이 가족은 벌어져 버렸다.
아버지와 진경은 우경을, 우경은 나머지에게 닿지 못할 것이다.
5년 전 미국에서의 ‘그 사건’을 듣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진경은 남의 안을 들여다 볼 만큼 다정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진경은 마이클과 엄마인 기남에게 너무 다정하다고 말하며, 그건 나쁜 거라고 했다.
실제로 이야기 속 기남은 다정하다
캐리어 하나 통채로 진경네 가족에게 줄 것만 챙기며, 여전히 와인이 말라 붙은 채로 잠이 드는 우경을 살핀다.
반년 이상 금주를 했음에도 진경에게 우경이 여전히 ‘술 마시는 사람’인 것과는 상반된다.
읽으면 읽을 수록 나는 진경과 더 비슷하다고 느꼈다.
앞서서 읽었던 답신이라는 챕터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그 모든 것을 수용하기엔 난 그럴 여유와 다정함이 없다.
그들을 그런 취급을 하지 않으면, 나의 해소되지 못한 감정은 영영 출처를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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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다 끝난 뒤에 나오는 글을 읽으면서 앞의 이야기들이 더 잘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사랑을 주제로 하는 단편 소설집이면서 속에는 사회문제를 가득 담고 있는 책이다.
첫 이야기에 나온 말처럼
아주 평범한 일상일 수도, 혹은 편향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와 다른 그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책이다.

탱고 마스터 (한 권으로 끝내는 탱고의 모든 것)

몇 년 전부터 댄스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책 한번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드디어 한 권을 읽어봤다.
굳이 탱고를 고른 까닭이 있다면
왈츠나 차차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영상도 그렇고 자주 본 게 라틴 계열이라 스탠다드 댄스를 좀 알아보고 싶었다.
책은 탱고 입문자가 처음 시작할 때 스승을 찾는 방법부터 시작한다. 작가가 아르헨티나에 갔던 경험들이나 중간 중간 역사적 내용도 들어있어서 매우 알차다.
용어 설명도 굉장히 친절하다.
다만 후반부에 갈 수록 많은 용어가 등장하는데 한번 설명한 용어를 다시 설명해 주지 않아서 부록을 뒤져가며 읽어야 했다.
마치 탱고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것 같은 책이다.
밀롱게로라는 걸 생전 처음 들어 봤는데 이게 탱고 황금기 시기에 탱고에 중독된 사람들을 뜻한다고 한다.
단지 중독자를 의미하는 것 만이 아니라 그들의 탱고를 향한 애정과 헌신,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라고 한다.
탱고라서 그런지 책에 열정! 느낌! 감정! 이런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탱고에서 열정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했는데 그런 작가의 열정이 느껴졌다.
신기했던 건 탱고라는 춤이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춤이 아니라 땅으로 깊게 들어가려는 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탱고의 에너지는 플로어로 향해야 하며 그래서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파트너와 대립 하는 게 아니라 항상 같은 방향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동행하는 춤이라고 한다.
이처럼 탱고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두 사람이 아브라쏘(안기)를 한 채 걷는 춤’인데
이때 걷기는 혼자 연습할 수 있지만 안기는 혼자 연습할 수 없다는 게 “It takes two tango”란 말의 유래라고 한다.
탱고는 빈민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격변을 맞아 상류 사회의 소셜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그 자체의 드라마 적 요소와
춤을 추는 사람들, 마스터와 밀롱게로들의 열정이 아름다운 문화인 것 같다.
재밌었던 건 과거에는 여자들이 밤에 통행 금지라서 탱고는 남자들끼리 추는 춤이었는데
마피아 보스들도 탱고 실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결투 전에 춤 실력으로 먼저 겨루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판 스트릿 맨 파이터….
“오늘 춘 탱고는 오늘로 남고 같은 탱고는 두 번 오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할 정도로
탱고는 즉흥적이며 그 자체로 낭만이 있다.

재와 물거품

교보문고 갈 때마다 안전가옥 책들 모여진 곳에서 표지가 제일 맘에 들어서 조금씩 읽어본 책인데
이번에 우리학교 도서관에 들어왔길래 바로 빌려서 읽었다
아마 나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짖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테라비시아, 하데스타운, 너의 이름은…? 뭐 이런 거)
이 책에서도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부른다
이름이라는 건 누구든 부를 수 있지만 서로를 애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름은 다르다
상대를 향하는 모든 호칭에 애정이 서려있다
그들을 보면서 난 한번이라도 남을 그렇게 불러 본 적이 있던가 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굳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아도 괜찮았을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랑이나, 죽음에 관한 장면에서는
좀 더 담담하고 건조하게 그들의 사랑을 써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나의 취향이기 때문에 뭐..
좁게 보면 주인공 둘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넓게 보면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사랑과 폭력 등
현대사회의 문제도 다수 품고 있는 책이다
표지에 홀려서 시작한 책이지만 꽤 만족스러운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