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40만부 기념 벚꽃 에디션)
요즘 편의점을 주제로 한 책이 많네? 라는 생각으로 고른 책. 사실 제목과 표지만 봤을 때는 별다른 끌림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몇 안 되는 ‘큰 글자 도서‘이기 때문이다. 큰 글자 도서는 실버층을 포함한 시각 약자들을 위해 단행본을 크게 만든 책이다. 본문 및 표지 등 디자인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글자와 판형이 커진 형태이다.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학술정보 등 기관에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좋은 분야의 도서를 선정해 만들고 있다. A4 사이즈의 눈에 확 띄는 크기인 이 책이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소비는 곧 공급으로 이어지기에 택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이 노숙자라니. 노숙자와 편의점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독고‘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서울역에 거주 중인 한 노숙자는 편의점 주인의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준다. 그 계기로 독고 씨는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되었고 다양한 손님을 만나며 그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곧 독고 자신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된다. 가명을 쓰는 이유는 주인공이 알코올 중독인 삶에 빠져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고는 서울역에서 생활을 하는 자신의 모습뿐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시현과 오 여사, 퇴근 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을 자주 먹는 경만, 배우라는 직업에서 작가로 새 꿈을 이어나가는 인경, 경찰복을 벗고 심부름 소로 그리고 또 편의점으로 일을 이어가는 곽씨.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불편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독고는 말아 든 행동이든 또는 그것이 마음이든 변화의 씨앗을 준다. 기존에 삶을 탈피하고 변화를 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행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물며 서울 바닥에 널리고 널린 그 흔한 편의점 중 하나. 그곳에서 이뤄지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아이러니한 일들은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준다. 이 책은 나에게 다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여정의 끝에서 나는 주인공에게 동화되었다.
한 낮의 시선
욕조가 놓인 방 (이승우 소설)
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소설)
가장 사랑하는 ‘최애’가 있는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카리는 아이돌 최애를 응원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소녀이다. 최애를 위해 앨범을 사려고 돈을 벌고, 최애를 이해하기 위해 최애가 나오는 영상과 방송을 챙겨보고, 최애의 인터뷰를 적어 분석하는 것은 아카리의 일상이다. 남들이 평범하게 해내는 모든 일들이 아카리에게는 버겁다. 하지만 최애를 위해서 버거운 일들을 버텨가며 하루하루를 나아간다. 그렇게 살아오던 아카리는 최애의 논란을 마주하게 된다. 논란은 금세 조용해졌지만, 일 년 후 아카리가 응원하던 그룹은 해체를, 아카리의 최애는 은퇴를 발표한다. 나의 최애도 아이돌이다. 그래서 아카리의 행동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최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던 아카리처럼 나 역시도 최애의 세계가 궁금했고 그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온다.’라던 아카리의 말처럼 지치고 피곤한 일상에도 최애가 추천해 준 음식을 먹어보고 최애가 좋아하는 곡을 듣고 최애는 내 삶에 그렇게 존재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최애의 은퇴로 아카리는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이내 최애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 최애를 사랑하며 버텨온 모든 것들이 삶의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이족보행은 맞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야겠다.’
기어다니면서라도 나아가려는 아카리의 모습은 아카리를 끝내 이해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k-pop이 유명해지면서 아이돌 덕질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가 없는 사랑을 믿지 못하고 아이돌을 향한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이돌이 최애인 사람이라면 ‘아이돌이 밥 먹여주니?’, ‘네가 이렇게 좋아해도 걔네는 너 알지도 못해’와 같은 말을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이돌은 팬에게 돈을 주지 않고 모든 팬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대가 없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최애를 사랑하는 마음이 척추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최애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최애로 인해 상처받고 무너져 본 사람에게는 위로를, 최애가 없어서 최애를 그런 기억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