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라는 환상 (사랑과 모험의 서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절도를 하고 도망치는 와중 우연찮게 한 잡화점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 3인방은 그 잡화점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재밌게 풀어나가고 감동과 여운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라플라스의 마녀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샤이닝 (Jon Fosse Kvitleik)
주인공은 처음 느낀 것은 지루함이었다. 이에 그는 목적지 없는 드라이빙을 하게 되고, 결국 숲에서 길을 잃게 되었다. 눈이 오는 추운 날씨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가 사람을 찾기 위해 숲을 돌아다니지만 해는 지고, 공허에 두려움을 떨며 환영을 보게 된다. 결국 그는 최후를 맞이한다.
짧게 줄인 줄거리는 이 정도이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악화되는 상황 속, 그의 생각과 의식, 그가 보이고 들리는 것들의 흐름이 중요하다
그가 만난 존재는 세 가지다. 나는 그가 만난 것이 어떠한 영적 존재가 아닌 환영이 확실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 세 가지 환영은 주인공의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처음 만난 것은 ‘빛나는 존재’이다. 항상 주인공과 함께하며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일부가 되기도 했으며, 최후의 순간에는 주인공을 인도한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옮긴이의 말을 보면 ‘천사’나 ‘신적 존재’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빛나는 존재’는 ‘공허’라고 생각한다. 해가 지고 주인공은 ‘공허’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빛나는 존재’를 만나며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주인공이 두려움의 대상이던 ‘공허’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만나 것은 ‘부모님’의 환영이다. 어머니는 계속해서 주인공을 찾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른다는 아버지를 나무란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 환영을 주인공의 무의식과 관련시킨다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는 주인공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의 존재 의미로 보면 단순히 엄마, 아빠 보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내용 중에 부모님을 향해 대답을 재촉하는 모습이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세 번째로 만난 것은 ‘맨발의 정장을 입은 사람’ 이었다. 그냥 저승사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주인공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표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은 세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갖고, 문장의 호흡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본래 독백체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있어 몰입하기가 아주 좋았는데 이 특이한 점이 더해져서 몰입감이 더 높아졌다.
또한 옮긴이의 말을 꼭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옮긴이의 말을 읽고 책을 두세 번 더 읽게 되었다. 옮긴이의 말 중에 특히 “이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는 서로 겹쳐져 있어 분명한 경계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라는 말을 보고 허겁지겁 다시 읽었는데, 사실 아직도 그 경계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크게 느끼고 알게 된 점은 내가 지금까지 소설을 너무 스토리를 중점으로 봤다는 것이다.
작가가 주인공을 더 깊은 숲속으로 이끌 때 답답함을 느꼈다. 왜 그 상황을 그렇게 해결하지 못하지? 왜 되돌아가지 않지?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결국 스토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소설이 스토리, 기승전결의 틀이 없이도 작가의 마음과 느낌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의 감정이나 생각이 작가만의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되면서 독자는 그 안에서 작가의 마음을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또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자의 개입 없이 그 나라 언어의 느낌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