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월드 암호학》은 암호학의 복잡한 이론을 실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지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대부분의 암호학 서적이 수학적 배경이나 알고리즘 설계 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이 책은 현대의 다양한 시스템과 서비스에서 암호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윙레이드는 보안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수하기 쉬운 API 사용 방식이나 키 관리 실패 사례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다루며 독자들에게 암호 기술의 본질뿐만 아니라 그 활용과 오용의 가능성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암호 기술을 실무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TLS, 키 교환, 디지털 인증서, 블록체인, 해시 함수, 대칭 및 비대칭 암호, 인증된 암호화(AEAD) 등 현대 보안 시스템의 핵심 기술들이 각 장마다 체계적으로 다뤄진다. 특히 이론적 설명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토콜에서 암호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함께 제공되어 실용적인 감각을 익히기에 적합하다. 복잡한 수식이나 이론을 최소화하면서도 핵심 개념은 놓치지 않고 전달하기 때문에, 암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진입장벽이 낮다.
이 책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암호 기술에 대한 설명도 포함하고 있다. 영지식 증명, 포스트 양자 암호, 동형암호, 안전한 메시지 포맷 등은 단지 최신 기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으로서 소개된다. 저자는 암호 기술이 단지 어떤 알고리즘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안전하게 구성하고 구현하느냐의 문제임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암호학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암호학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오늘날의 보안 문제는 개발자, 기획자, 정책 입안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암호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암호 기술을 실전에 적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입문서이자 참고서가 된다.
실무 중심의 보안 전문가를 지향하는 사람은 물론, 보안을 고려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암호학을 이론이 아닌 실천의 기술로 받아들이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