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소설의 이념과 사랑 (<사씨남정기> <창선감의록> <구운몽>)

전공 과제를 위해, 이 책을 선정해 읽게 되었다. 책은 내용 전반이 제목에 적혀있는 3개의 고전소설을 포괄하여 비교, 대조하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덕분에, 이를 읽으며 고전 소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해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과제 구성에 큰 도움이 되었고 ‘이념과 사랑’을 주제로 하지만, 여기서 더욱 퍼져나간 형태로 소설을 분석하고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라 그래 (양희은 에세이)

이 책은 인생이 쉽지 않은 ‘어린 희은이’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응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양희은의 후배들도 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아이유는 양희은 선생님의 책에 신뢰를 표하며 이 책을 통해 다가올 미래에 겁 먹기 보다는 더 씩씩하게 맞서야겠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평소에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동시대를 살고있지만 나보다 먼저 세월을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볼 때면 꼭 어릴 때 할머니 무릎을 베고 이야기를 듣던 시절, 힘들던 순간 부모님이 따뜻한 조언과 위로를 건네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또한 용기를, 위로를, 삶에 대한 고찰을 나보다 어른인 사람의 시점에서 나누어 주고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첫번째는 영정사진에 관한 애기에 대한 부분이다. 양희은 작가님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한평생, 기력이 쇠한 모습이나 나이 든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육신의 옷을 벗어놓고 가는 길, 돌아볼 때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웃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받는 것도 기분 좋을 일일 것 이다.라는 글을 썼다. 나에게 아직 장례, 혹은 죽음이라는 것은 너무나 무겁고도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음으로써 어차피 해야하고 겪어야 할 이별이라면 정말 당차고 찬란하게 해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두번째 부분은 작은 돌부리엔 걸려 넘어져도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다고,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 우리를 위로한다기보다 진심 어린 말과 눈빛이 우리를 일으킨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존재,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기억이 나에게 따뜻한 기억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 같다. 4학년이 되면서 졸업과 취업이라는 사이에서 불안해하는 주위 친구들이 정말 많다. 나 또한 그런데 그럴 때면 더욱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의 작은 말실수에도 웃어대고 맛있는 것을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불안한 시기에 따뜻한 기억을 쌓는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가 현재 쌓은 따뜻한 기억은 평생의 느티나무 같은 위로로 남을 것 같다.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이 책은 인간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가장 논쟁적인 대서사이다. 문명의 배를 타고 진화의 바다를 항해한 인류는 이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의 대한 답을 내놓고 있다. 길고 어려운 문장들로 답이 명쾌하다고 해석되지는 않지만 한번쯤 도전해보고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피엔스 종만이 지구상에 살아남았나?, 인간은 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문명은 왜 발전하였고, 이런 발전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는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라는 다양한 질문에 답으로 내놓은 이 책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 역사의 시간을 종횡무진 써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답을 통해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은 이제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이가 이다. 이 책은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자 인류 문명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다룬 문명 항해기라고 평가받는 책이다. 정말 너무나도 어렵고 어찌보면 까다로운 내용의 책이었다.  내가 아는 세계의 비밀부터 내가 전혀 모르던 세상까지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인상깊게 기억에 남은 부분은 ‘제국의 비전’을 다룬 부분인데 인간의 통합이라는 주제로 제국의 얘기가 낱낱이 쓰여있다.제국이란 무엇이며 사악한 제국의 얘기가 담겨있는데 다소 지루한 몇몇 부분과 달리 신화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저들’이 아닌 ‘우리’가 되길 바라게 되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이제 따로 떨어진 국가의 사람들이 아닌 하나의 지구제국처럼 말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영어의 철학자라는 단어는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필로소포스에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에릭 와이너가 고른 10명의 철학가들은 지혜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전염성이 있는가?에 기존을 두어 골랐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접한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것 같았다. 흔한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극적인 사랑을 이루는 내용도 아닌데 얼굴도 모르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철학자가 어렵고 복잡하며 가끔은 짜증이 날 정도로 집요한 내용의 지혜(철학)을 사랑하는 내용들이 빼곡히 담겨 비로소 나도 그들의  지혜와 철학을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

체코슬로바키아를 배경으로 구 소련의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운동을 일컫는 ‘프라하의 봄’을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란츠가 등장한다. 프라하의 봄을 소재로 4명의 남녀 (토마시-테레자, 사비나-프란츠)의 사랑이야기를 담고있다. 이 책에는 니체의 영원회귀가 언급되는데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트렸다.’라고 나온다. 원형을 이루는 영원한 시간이 그 속에서 우주와 인생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사상에 대해 매 순간 순간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영원해지기 때문에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란 쿤데라의 입장은 인간이 아주 가벼운 존재라고 했다. 역사는 반복되지도 않고 인간은 한번 태어나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철학가들의 사상을 엿보고 밀란 쿤데라의 대립되면서도 비슷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인생이라는 슬픔의 공간을 행복으로 채우게끔 하는 책이다.

명상록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명상록은 철학자이자 황제인 아우렐리우스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를 엮은 것이다. 이 책은 플라톤을 꿈 꾼 철학가였지만 황제였기도 한 저자가 전쟁터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통치한 얘기를 담고있다. 스토아 철학을 변형하고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을 받으며 플라톤 주의를 바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 본인의 사회적 역할을 뒷받침하는 근거, 전쟁 속 도덕적인 교훈을 찾아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6장에 ‘항상 소박하고 선하고 순수하고 진지하라. 허세를 버리고 정의를 사랑하고 신을 공경하며 친절과 애정을 가지고 맡은 바 의무를 다하라. 신을 섬기고 동료들을 도우라. 인생은 짧다. 이 지상의 생활에서 당신이 거두어들일 수 있는 열매는 오직 내면적 신성과 외부적 자기 희생뿐이다.’ 부분이다. 전쟁중임에도 도덕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 나 또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격려와 위로로 도전정신을 자극하게끔 한다.

그 후에

이 책은 반전이 재미있는 책이다. 충격적이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네이선은 자신이 익사 위기에 처해가면서 물에 빠진 여자친구 말로리를 구하고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된다. 맨해튼에서 변호사로 성공하며 탄탄대로일 줄 알았지만 아들 션이 죽으면서 다시금 쉽지 않은 인생의 쓴맛을 맛보게 된다. 의사 굿리치와 예견된 죽음을 맞이하며 익사 위기, 아들 션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내용이다. 이 책은 단순하지만 쉬운 말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잔혹한 학살과 참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소설이다. 고통스러웠던 광주의 열흘, 그리고 그 안에서도 순결함을 잃지 않았던 어린 새의 흔적, 이러한 내용을 전부 담은 소년이 온다를 통해 우리가 붙들어야 할 기억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며 그것을 응징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자들의 상처의 구조를 이해하게 해준다.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소설집)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현 시대를 잘 표현하고 있는 소설이다. ‘보통’과 ‘특’의 차이가 체화된 세계 ‘리얼 월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을 일컫는 ‘쇼츠’의 유행으로 ‘다소 낮음’이라는 부제목을 가진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 시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서 반성하게 되고 기쁨과 슬픔 사이 어딘가 애매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이라고 주장하는 윌리엄 맥어스킬의 경솔한 이타주의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다수가 선의의 열정만이 옳다고 믿으며 더 나은 진로, 보다 나은 삶, 더 살기 좋은 세계를 꿈꾸지만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나태한 신화를 마주해야한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