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그가 연재하던 칼럼을 모은 책으로,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그는 책 속에서 여러 사회 문제를 거론하며,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 쓰인 칼럼을 모은 책인데, 에코가 거론한 문제들이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문제이니 그의 혜안에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외국 에세이다 보니 책에서 거론한 모든 문제를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웬만한 사회 문제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챕터가 기억에 남았는데, 그중에서도 <2부 인터넷 세상 – 딸기 크림케이크>, <5부 철학과 종교 사이 – 쉿,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가 기억에 남는다. 먼저, <2부 인터넷 세상 – 딸기 크림케이크>에서는 SNS의 역기능, 이로 인한 문제점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피난을 가다가 참혹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을 보게 된다. 너무나 끔찍한 기억이었으며, 저자는 공포로 온몸이 굳어버렸었다고 한다. 저자는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만약 본인이 오늘날의 청소년처럼 카메라 기능이 장착된 핸드폰을 갖고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한다. 친구에게 이 참혹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그 장면을 찍고, 그것을 SNS에 올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오늘날의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마치 자랑인 것처럼 SNS를 통해 이를 널리 전파한다. 물론, SNS에 무언가를 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마음이고, 선택이니 나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끄러운 행동인 줄 모르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SNS에 올리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든가, 남의 불행을 본인의 행복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부분이 참 문제인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점차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그것을 즐거워하며, SNS도 점차 그 의미를 잃고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다수의 사람이 이러한 행동을 띠고 점점 물들어 가는 세상이라며 본인도 점차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일에 경각심을 갖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부 철학과 종교 사이 – 쉿,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에서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거론이 금기시되는 것과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과거 뉴욕에서 학생들에게 텍스트 분석법을 설명하기 위해 한 소설을 선택해 강의한 적이 있다. 그 소설에는 무슬림의 신에 대한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문장 한 마디가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무슬림이 분명한 학생이 이에 대해 따졌고, 저자는 사과했다고 한다. 다음 날, 저자는 기독교 세계에서 명망 높은 인물을 좀 무례하면서도 재미있는 표현으로 비꼬았으며, 어제의 그 학생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웃었다고 한다. 수업이 끝난 후 저자는 어제 그 학생에게 자신의 종교는 왜 존중하지 않냐며, 장난기 어린 비꼼과 신 이름의 쓸데없는 거론, 신을 모독하는 말의 차이를 설명하며 그 학생을 좀 더 큰 관용의 세계로 인도했다. 학생은 저자의 말을 이해했고, 이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보면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본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래도 의견 교환 가운데에는 감정 소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많이 겪었으며, 그 때문에 의견을 교환하려는 시도조차 없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거론이 금기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감한 문제에 대한 거론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며, 계속 회피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슬림 학생이나 저자처럼 본인의 의견을 공유하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움베르토 에코의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을 읽으며, 현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생각에 대한 변화도 일어났으며, 견문 또한 넓어진 것 같다.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