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아름답고 찬란하며 너무도 슬픈 스토리를 가진 책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큰 기대 없이 뻔한 로맨스, 흔한 애절함을 예상하면서 시간 때우기 좋은 책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두 사람의 서사에 빠져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로맨스 장르의 소설을 읽었고, 그 중에 절절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적지 않게 읽었다고 자신한다. 심지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관해서는 소설책 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접한 적이 있었기에 이런 로맨스 소설은 쉽게 읽어지고, 편하게 시간때우기 좋은 장르 중 하나였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상상도 못한 감동을 주었다.
시작은 친구를 구해주기 위해 시작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히노의 반응은 뜻 밖이었고, 이상한 조건이 걸린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이런 조건으로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고, 도루는 잘 지키며 매일 방과후에 히노와 반에서 대화를 나눈다. 정말 사소한 거 하나까지 물어보던 히노에게 그는 차분히 대답해줬다. 그러다 토요일에 학교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처음보는 사복 차림의 히노를 보고 자신의 진심을 깨달은 도루는 사랑을 고백하게 되었고, 히노는 안된다고 말하며 자신이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 사실에 대해 도루는 당황하지만 히노에게는 일기에 작성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도루는 히노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시작했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좋은 추억도 오늘의 히노는 까먹을 것이다. 하지만 일기장에 남고, 마음 속 어딘가에 기억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공부를 할 수 없는 지금 히노는 도루의 권유로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그림 실력이 조금씩 느는 모습을 보인다. 머리의 기억은 잊혀지지만 마음의 기억과 몸의 기억은 남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전거도 타고, 집들이도 하고, 불꽃놀이도 보는 등 많은 추억을 함께 나누었고,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어느 날이었다. 오랜만에 이즈미와 함께 셋이서 즐겁게 놀고 헤어지는데, 이즈미에게 도루는 뜻밖의 고백을 한다. 심장이 별로 안좋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도루는 심장 돌연사로 짧은 생을 다한다. 그리고 얼마 뒤 히노의 아침이 밝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작성해 온 일기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기 속에서는 이즈미와 함께 자전거도 타고, 집들이도 하고, 불꽃놀이도 보는 등 많은 추억을 함께했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의 아침이 밝았다. 히노는 더이상 전 날의 기억을 잃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이즈미와 가족들은 기뻐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슬픔과 고마움이 담긴 표정과 분위기가 흘렀다. 히노는 그 뜻을 잘 알지 못했는데, 방을 청소하던 중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것을 숨겨놓던 비밀공간인 책장 뒤편에서 한 남자애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 순간 갑자기 그 아이의 다정한 미소를 보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장애가 있을 때인데, 일기장에서 어떤 남자아이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이즈미는 알고 있을 것 같아 히노는 그녀에게 찾아갔다. 이즈미는 사실 도루의 유언을 들은 사람이었다. 유언의 내용은 혹시 자신이 죽었을 때에 히노의 기억에서 자신을 없애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즈미는 울며 절대 안된다고 했지만 도루는 다정한 미소로 부탁한다 했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도루는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이를 알게 된 히노는 기억은 없지만 깊은 슬픔에 빠졌고, 기억 장애가 생긴 초반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우울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힘들어 했다. 결국 이즈미는 도루의 유언을 이행하기로 했고, 이제껏 잘 이행해 왔다. 하지만 이제와서 들킬 위기이다. 처음엔 둘러대보려고 했지만 히노의 질문들에 점점 눈시울이 붉어졌고, 결국 사실을 말하게 된다. 이후 히노는 큰 충격에 빠지지만 과거처럼 실의에 빠지진 않았다. 그 대신에 도루를 기억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원래의 일기장을 돌려받은 후 그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방문하고, 그와 함께 한 모든 것을 다시 해보며 그를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왜냐하면 도루는 히노가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 다정한 남자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감정의 기억들로 희미하지만 그를 기억해내는 히노이다.
두 사람이 보여준 감정선은 아름다웠다. 어린 시절 심장병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소녀가장이던 누나의 꿈을 위해 소년가장이 된 가미야 도루.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려 인생이 어둠으로 가득해진 히노 마오리. 두 사람은 가장 힘든 순간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서로의 인생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도루는 끝내 가족력을 이기지 못한 채 먼저 잠들었고, 히노는 도루의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히노는 도루를 기억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히노는 노력을 하고 있고,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도루를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삶을 살아간다. 이즈미는 병이 나은 후에도 도루에 대한 소식이 히노를 힘들게 할까봐 걱정했으나 오히려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 하나뿐인 남자친구를 기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히노였다. 결말까지 아름다웠고,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