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도쿄 (한정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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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국어를 하지 못하게 된 한주와 그런 한주와 같은 서점에서 일하는 유키노의 이야기다. 어느 날 유키노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한주는 경찰로부터 유키노가 연인인 한수를 죽인 용의자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전개된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한주라는 인물에게 부여된 설정이 눈에 띄었다. 한주는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모국어를 하지 못하게 돼 그나마 할 줄 아는 일본어를 쓰게 된다. 그리고 한주는
폭력적인 애인에게서
,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듯이 일본으로 가 살게 된다. 각국의 문화와 관습을 담고 있는 언어도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주는 자기정체성에 혼동을 느끼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노동자, 어머니, 성소수자, 데이트 폭력 피해자와 같은 외면 받기 쉬운 대상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던 어머니, 여성 노동자들의 면모를단상위에
올려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서사에 잘 녹여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에서단상은 소설을 관통하는 제재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대상들의 모습을 조명하고 독자는 그런 모습들을 관망하도록 구성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위에 언급한 부분이 아닌 관계에 대한 모순적 묘사와 인물 간의 유대감이었다. 한주와
연인, 한수와 유키노 그리고 한주와 유키노. 소설 속에는
이렇게 크게 세개의 관계가 존재하며 한주와 유키노의 관계를 중점으로 각자 그들의 연인과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소설 속에서 한주와 유키노는사랑하는연인과의 관계에서 옅어져 가기만 했다. 한주의 연인은 자존감을 갉아먹었고
그녀를 폭행했다. 유키노는 남자친구의 곁에서 항상 모자란 사람, 가르쳐줘야만
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연인이 아닌 한주와 유키노는 비로소 둘이 함께일 때 그들은 그들로서 존재할
수 있었고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연인이 아닌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며 둘은 연인이 아니지만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이 아닌 필리아적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유키노는
게이이기 때문에 여성인 한주를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다른 형태로 한주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또 관계에 대한
모순적 묘사뿐만 아니라 인물 간의 유대감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소설 속에서 유키노는 한주를 내 끄트머리, 의지와 같이 표현했고 한수와 같이 있을 때 한주의 환상을 봤으며 한주를 소중히 여겼다. 한주는 유키노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했고
서로를 지켜주고 싶어했다. 이처럼 둘의 유대감을 따듯하게 그려낸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마지막 결말 부분이 조금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위의 두 인물 말고도 다른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그 인물들 사이에는 무언가 얽히고 설킨 것들이 있지만 사실 큰 관련이 없다. 이런 것들이 어떠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인물 간의 연결에 아쉬움을 남게 했다. 그리고 인물들 간의 무언가 얽힌 것들이 너무나도 교묘해서 읽는 내내 머릿속으로 인물 관계도를 형성하는 데 깨나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차치하고 이 책을 계속해서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작품의 분위기였다. 한주와 유키노의 모국인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계속해서 겨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일본의 다설지인 오타루와 주인공 유키노에 대한 설명을 여러번 반복하는 부분, 중간중간 눈과 추운 날씨에
대한 묘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위기의 형성을 통해 작가는 읽는 내내 독자들이 겨울의 느낌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가장 애정한다고 밝힌 캐릭터, 가가 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의 시작이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이 없다. 왜냐하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신인 시절에 쓴 책이라 후에 나오는 시리즈에 비해 구성이라던가 가가 형사의 성격 등이 뒤에 이어진 작품들과 비교해 봤을 때 안 어울린다는 평이 있다. 그 밖에도 요즘 작품이 아니라서 엣날 추리 느낌도 나고, 설월화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가가형사가 아직 형사가 아닌 시절일 때 처음으로 추리를 하며 훗날 형사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이고, 아버지와의 관게나 장래희망에 대한 복선이 많이 깔려서 다음 시리즈가 기대되도록 해준 작품이라 생각해서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내가 뒤에 이어지는 ‘악의’와 같은 초대박 작품을 보기 전에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대학생의 가가 교이치로, 그리고 같은 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의 오랜 친구들 사토코, 나미카, 도도, 와코, 하나에, 그리고 기숙사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쇼코. 이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에 어느날에 쇼코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방에서 마치 자살을 한 것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전날 밤에 나미카가 문을 두들겼을 때 대답이 없었고, 문틈으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왔었다. 그대로 아침에 발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자살이라기엔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쇼코의 옆 방에 지내는 도모코가 나미카보다 조금 먼저 문을 두들겼었고, 문이 잠겨 있지 않아 살짝 열고 불렀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가가와 사토코, 나미카의 추리는 경찰과 별개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를 기점으로 자살이 아닌 타살에 확신을 가지고 추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가가와 사토코랑 별개의 행동을 보인 나미카가 고등학생 때부터 하던 다도를 활용한 설월화게임을 미나미사와 선생님집에서 즐기던 중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렇게 가장 친한 친구들은 서로서로가 용의자가 되었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르른다. 후에 밝혀지는 결말 속에서 앞의 이야기들을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면 어쩌다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얽히고 섥히며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들었으며, 오랜 친구였던 서로가 냉혹한 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하나의 넘어야할 시련 같은 것이었을까. 이런 고민을 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나도 대학생이고, 오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정말 모르겠다.

[예스리커버]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배경이 담긴 흥미로운 소설이다. 물론 관광으로도 볼 건 없으나 그나마 관광을 통해야만이 돈을 벌 수 있는 작고, 그렇다 할 자랑거리가 없어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즉 이름 없는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주된 배경이다. 이 배경 속에서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잦은 정책 변화와 여행이 줄어드는 사회상이 대두되며 크고 작은 피해를 본 마을들의 걱정을 소설로서 보여준다는 점도 유니크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배경이 더 흥미로웠다. 이 책에 대해서 조금 더 소개를 하자면 코로나가 잠시 완화된 틈을 타서 고향에서 중학교 동창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같은 학교 선생님이셨고, 친구들의 은사님이셔서 부담이 많았기에 마요는 참석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겐타와의 결혼 준비로 바쁘기도 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결혼 준비를 하던 중에 고향의 국번으로 연락이 왔는데 경찰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자살인지 아닌 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집 내부를 경찰과 함께 살펴보고 있는데, 마요의 삼촌이자 죽은 가미오 에이치의 동생인 가미오 다케시가 집으로 왔다.참고로 다케시는 집을 나가서 일 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인물이고, 과거에 마술사로서 많은 나라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다보니 경찰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 모두가 지금 이 시점에 방문한 것에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지역에 거의 오지 않으니 혐의점은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다케시는 마요와 함께 이 의문투성이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다케시는 비상한 머리와 마술사의 손기술과 말기술을 활용해 경찰이 가진 자료들을 알아내고,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추리를 해나간다. 그렇게 하나하나 퍼즐을 맞춰나가는 다케시를 보며 마요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재수없고, 저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속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돕는다. 그렇게 범인을 잡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사실 이 책의 결말은 여느 추리소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무언가가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다. 추리소설에 대한 눈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추리의 결과는 여느 작품과 같이 훌륭한 정도였다. 그런데 그 추리 과정은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달랐다. 전문 탐정이나 관련 전문가가 경찰의 부탁을 받고 사건 해결을 돕는 것이 아닌 재수없는 한 마술사가 나타나서 경찰이 수사기밀이라며 숨기는 정보들을 불법도 합법도 아닌 선에서 알아내고,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경찰보다 한 발 앞서기도 하고, 오히려 경찰에겐 없는 정보를 통해 다른 접근도 해나가는 등 사건의 추리 방식이 매우 독특했다. 그렇게 경찰과의 협업도 하고, 숨기기도 하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건에 접근해서 용의자를 특정해낸 뒤 학교에 모여서 펼친 추리 마술쇼는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551쪽이란 큰 책 속에서 무수히 많은 복선이 깔렸는데 마술과 함께 펼치는 추리는 전혀 예상 못 한 결말을 만들어 나갔고, 범인의 정체를 밝힌 뒤 혼란스런 틈을 타 순간이동 한 것처럼 안경 만 두고 사라지는 장면은 다시 떠올려봐도 압권이었다.

연애의 행방(20만부 기념 개정증보판)

 ‘연애의 행방’ 개정증보판은 기존의 내용에서 ‘위기일발’이란 단편이 하나 추가된 책이다. 주요등장인물만 8명이 등장하고, 설원 시리즈에서 꾸준히 나온 네즈의 특별출연도 있다. 이 책에서 추가된 ‘위기일발’ 에피소드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곤돌라 리플레이’ 에피소드를 더욱 완성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첫 에피소드 ‘곤돌라’에 등장한 고타라는 바람둥이 남자는 동거 중인 약혼자 미유키를 두고 모모미와 함께 1박 2일로 스키장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 믿었던 고타에게 시련이 닥치는데, 하필이면 모모미와 함께 온 스키장에 미유키도 친구들과 왔고, 하필이면 같은 곤돌라에 탑승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스키복을 입고 고글에 페이스마스크까지 착용해서 외관상으로 들킬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목소리나 작은 습관으로 들킬까봐 노심초사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모모미는 계속해서 대화를 신청했고, 미유키는 고타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고타를 더욱 조여왔다. 다행히 별 일 없이 곤돌라는 정상에 왔고, 이제 내려서 빠르게 도망만 치면 되는데… 고글을 닦기 위해 잠시 벗은 모모미의 얼굴을 본 미유키는 깜짝 놀라며 인사를 하며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고 하는 것..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고타가 멍때리는 동안 두 사람은 근황을 얘기했고, 결국 서로의 남자친구 사진을 공개하며 들키게 된다. 이후의 장면이 나오진 않지만, 아마 우리들의 상상속 풍경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후 ‘프로포즈 대작전’에서 미유키를 짝사랑했고, 스키장 프로포즈를 준비한 히다의 계획이 살짝 어긋나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으나 그럼에도 멋지게 등장해 그녀를 구해주며 완벽한 프로포즈를 이어가려한 히다 앞에 고타는 삭발을 한 채로 나타난다. 그리고 히다보다 앞서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프로포즈를 해 용서를 받아낸다. 그런데 이 고타는 사실 정신을 못차렸다. 친구를 따라 그냥 간다던 ‘겔팅’에서 야요이라는 모모미의 친구에게 또 빠진다. 인파를 뚫고 스키장을 나서던 중에 손에 들고 있던 비니가 야요이의 스키웨어 지퍼에 끼게되면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이 때 야요이는 친구인 모모미를 위로해주기 위해 함께 떠나주었던 것인데, 이를 모른 고타는 야요이에게 반해버린 것이다. 다행히 여기선 모모미와 마주하진 않았고, 급한 사정으로 스키장을 떠나 던 중이라 별일 없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방문한 스키장에서 다시 마주쳤고, 그 때 그 비니를 돌려주겠다는 얘기를 사양하지 않고 돌려받기로 한다. 이후 택배를 통해 비니를 받은 고타는 고마우니 차를 한 잔 사고 싶다고 하며 만나게 되었고, 이후 몇 번 더 만나본 뒤 당일치기로 스키장 여행도 계획을 한다. 당일치기이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위트룸을 예약하게 되는데.. 이걸 미유키에게 또 걸리고 만다. 하지만 다행히도 미유키는 자기와 함께 가는 서프라이즈 여행으로 착각해준 덕에 들키지 않을 수 있었고, 야요이가 아닌 미유키와 가게 된다. 그렇게 미유키와 가게 된 스키장 여행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에피소드 ‘곤돌라 리플레이’에서는 모모미와 고타의 상황이 역전되어 나타난다. 먼저 모모미가 함께 여행 온 사람들은 미즈키, 아키나, 쓰키무라, 마호, 그리고 모모미와 썸이 있는 히다까지 해서 6명이 함께 여행을 왔다. 그리고 모모미와 함께 여행 온 5명은 미유키가 고타와 헤어졌을 때 함께 호텔에서 일을 한 과거의 회사 동료들이며, 히다가 실패하고 고타가 뺏어간 프로포즈를 도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인 곤돌라안에서 고타는 모모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곤돌라에서 있었던 그 날의 일을 과거의 추억처럼 즐겁게 썰을 풀기 시작했다. 미유키도 그 날의 일은 이젠 그저 과거의 해프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모모미는 아직 그 때의 일이 트라우마였고, 무엇보다 자기를 소개팅 자리에서 가슴을 은근히 보여주며 남자를 꼬시는 등 그저그런 여자로 묘사하며 웃기다는 듯이 얘기하는 것에 화가 났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한 곤돌라에서 내릴 때 모모미는 결심하였고, 고타를 향해 인사를 하며 천천히 고글을 벗고, 페이스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고타의 절규가 울리며 책이 끝난다.
 ‘위기일발’ 에피소드가 없을 때는 고타보다 히다와 모모미의 스토리 라인이 재밌고, 호텔 동료들과의 호흡이 더 재밌었다. 그런데 ‘위기일발’이 추가되니 고타라는 인물의 성향이 잘 드러나게 되었고, 고타라는 인물의 스토리 라인도 큰 줄기로서 흥미롭게 이어지면서 개인적으로는 히다와 모모미의 스토리만큼이나 재밌어졌다. 여전히 히다의 스토리를 더 재밌게 생각하지만, 이 책에선 고타의 스토리를 따라가 보는 것도 정말 재밌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만의 수미상관 복선이 매력인 이 작품을 많이들 읽어보길 바란다.

인간 실격

 살면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으라 하면 이 책을 고를 것 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는 읽으면서 나에게 전해져 오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별로였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역량인지 나의 오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책을 끝까지 읽었고,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의 불쾌한 감정은 오히려 계속 마주보고 싶은 감정이 되었다. 아직 안 읽어본 다른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가 제거되어 있다.

질병? 작중 언급으로는 몇 개빼면 없다.

우울증 같은 심적 고통? 그런 일이 일어날 환경이 거의 없을 뿐더러,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났다할지언정 소마가 해결해준다.

게다가 멋진 신세계 속 문명인들의 사회는 작품 밖을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가장 원초적인 공포인 ‘죽음에 대한 공포’ 또한 없다.

그런 외부적, 내부적인 고통 요소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감.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그렇게 느끼도록 지속적인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전쟁도 없고, 내부적인 쿠데타도 없고, 사회는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사회 구성원들은 행복을 느낀다. 멋진 신세계 속 사회는 아무런 문제 없이 행복하다라고 볼 수 있다.

패니 크라운 같이 멋진 신세계 속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문명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이 ‘멋진 신세계’가 멋지다고 받아들일 수 없도록 두 가지 장치를 설정해놓았는데

첫번째는 버나드 마르크스와 헬름홀츠이고, 두번째는 야만인 존이다.

버나드 마르크스와 헬름홀츠. 혹자는 의문을 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장치라면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인물은 왜 두 명이냐는 의문을.

이는 각 인물로서 버나드와 헬름홀츠는 두 명이지만, 둘은 같은 속성을 공유한다. 바로 ‘문명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물론 둘이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유는 다르다. 버나드는 알파임에도 열등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고, 헬름홀츠는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였기에 많은 시기를 받았고, 이에 기인한 소외감이다.

버나드와 헬름홀츠가 이 작품에서 의미하는 바는, 진리를 버리고 행복을 주는 사회에서도 행복 대신 진리를 찾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 즉 행복만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헬름홀츠는 마지막에 섬으로 전출가는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데, 이것은 바로 윗 문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한계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문명 사회에서 자라왔기에 완벽하게 문명 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존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었을때 웃는점을 보면, 아무리 그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이단적인 생각을 한다한들, 그들은 결국 문명사회가 가진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령 문명사회가 하나의 유리병이고, 버나드와 헬름홀츠가 유리병 속에든 생쥐라면

둘은 유리병 바깥으로 손을 뻗을 수 있을지언정, 유리병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문명 사회 전체를 관통해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장치인 ‘존’이 이 한계를 뛰어넘는다.

존은 위의 둘과 다르게 문명사회 바깥의 존재다. 그렇기에 문명사회의 인물들과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고, 지배자인 무스타파 몬드와 만났을때도 문명사회의 여러 것들을 관통하는 질문을 한다.

작가는 무스타파 몬드와 존의 대화에서 자신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전달하는데, 바로 행복을 이유로 진리를 비롯한 인간의 여러 권리를 제한할 수 없으며, 그것이 설령 ‘고통 받을’ 권리 일지라도 각 개인의 선택에 맞겨야한다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얻기 위해 쟁취한다. 그리고 멋진 신세계의 사회는 ‘고통을 제거하고’ 행복을 던져준다. 하지만 단지 행복한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태가 되기 위해 고통 속에서 투쟁하고 스스로 행복한 상태에 도달했을때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차적인 생각인데존이 원한 여러 고통받을 권리들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인간이라면 어떤 상태에 놓이더라도  상태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성장하여 나아갈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그리워하고 슬퍼해줄까.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내가 말기암을 선고받아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하다면,
이 세상에서 쉽게 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전화기를 없애고, 사랑하는 사람과 한편의 추억이 되는 영화를 없애고, 가족의 생계와 연관이 되는 아버지의 직업(시계수리)에 필수적인 시계도 없애고,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를 없애면서 살 수 있을까 ?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해준다.

승리하는 습관: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 (경기장 밖에서도 통하는 NBA 슈퍼스타들의 성공 원칙)

이 책은 nba 운동선수의 코치로 활동하던 저자가 삶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하며 마음가짐처럼 내가 통제 가능한 것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들로 성공에 도움되는 습관을 알려준다

재능과 능력을 다 같추어야 성공할 수있다는 말이 현실적이라 와닿았고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실생활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서 유익했다.

백야행 1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큰 서사를 완성한다, 는 느낌이 들었다. 재밌는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두 명의 시점은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등장인물이 우연찮게 겪는 에피소드는 마구 뒤섞인 퍼즐 조각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배배 꼬인 두 겹의 한 줄기가 수많은 이야기 실타래를 관통하면서 모든 게 필연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곱씹으며 퍼즐을 맞춰나가다 보면 마지막엔 한 그림이 완성되고, 모든 게 명료해진다. 

슬픈 이야기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태양이 뜨지 못하면, 그래서 희망이라는 새싹이 자라나지 못하면 어떻게 어긋날 수 있는지에 대한 단편을 제시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가지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떠오른다. 안나 카레니나에선 아쉽게도 등장인물들의 어린 시절을 자세히 묘사하진 않는다. 하지만 백야행은 다르다. 그들이 하염없이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이유가 어린 시절에서 비롯됨을 분명히 한다. 어떤 부부는 남자로서, 여자로서 자신의 성(性)에 충실히 살아가며, 부모로서는 무관심하다.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아이를 생계의 도구로 취급한다. 그 결과가 초등학교 어린아이가 의지할 곳이 비슷한 상처를 앓는 친구뿐이라니. 너무 슬프다.      

기리하라 료지는 책 안에서 굉장히 비정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철저히 남을 속이고, 이용하고, 기능이 다 하면 거침없이 치워버리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서 한 줄기의 빛을 봤다. 한편으론, 태양 못지않은 달빛으로 어두운 유키호의 마음속을 그윽하게 밝히려 애쓰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겪은 사건으로 인해 마음을 닫아버리고 모든 희망을 짓뭉개버린다. 그렇게 절망 속으로 빠지려는 직전, 그는 작지만 환하게 빛나는 희망 하나를 발견하고 손에 꾸욱 쥔다. 그날 뒤로, 그에게 낮은 오지 않았지만, 난생처음으로 태양이 떠올랐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어두컴컴한 배기관을 누비다 원 모양의 작은 출구에 빛이 스며드는 걸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가 키워낸 희망은 유키호만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만이 삶의 이유가 됐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종이 오리기를 같이 하며,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그녀의 곁을 평생 지키기로 결심한다.  

니시모토 유키호는 그날 사건 이후 자신을 껍데기 안에 꽁꽁 싸매어 가두어버린다. 무엇을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걸까. 그 안에 있는 건 자신에게 아픔만 주는 쓸모없는 감정이지 않을까. 이후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여러 사건을 통해 보여준다. 나는 이런 유키호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 어린 것의 눈에도 어른들 눈빛에 떠오른 자신의 모습이 제 사리사욕 채우기 위한 도구로 비치는 게 보였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자기 자신과의 관계는 물론, 세상과의 관계도 그렇게밖에 정의하지 못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유키호와 관련된 가장 극악무도한 장면을 꼽아보자면, 비로소 엄마의 입장이 된 그녀가 자신의 양딸에게 한 짓거리가 떠오른다. 어릴 적 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안겨주다니. 딸이 해바라기처럼 자기만을 바라보게 되면 지가 태양이라도 될 줄 안 거지. 그래서 자기는 자기 생모와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게지. 이번엔 조금 역겹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둘의 관계를 남녀 간 사랑이라는 진부한 관계로 만들고 싶진 않다.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유대감은 그것보단 좀 더 심오한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어릴 적 비극의 사건을 함께 겪은 두 사람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것도 흥미롭다. 어쩌면 그 작은 차이가 삶은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다. 이들에게 무턱대고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건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행동은 벌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그들의 삶을 상상하고 마음으로 고스란히 느껴보는 것에서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생각보다 판사라는 직업은 힘들지도 모르겠다.

아몬드 (100만 부 기념 특별판,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는 꽉 찬 행복한 결말이라 좋다. 물론 윤재 어머니가 오래오래 사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도 깨어나고, 윤재의 아몬드도 깨지고, 나중엔 곤이도 만나러 가고. 무엇보다 꽉 찬 해피엔딩이지만 여운도 강하게 남는 책이라 더 맘이 간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 당연하게도 아는 감정을 모르는 윤재.

하지만 우리는 과연 남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아는 방식대로 상대방을 생각하고 해석하고 있진 않은가? 우리에게 모두에게도 아몬드가 있다. 물론 아몬드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 모두 아몬드를 깨부수려고 하는 건 아닐까. 나도 가끔은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내 아몬드 크기대로 해석하고 단정짓는다.나도 내가 가진 아몬드를 깨기 위해 더 많이 보고, 듣고, 배우고, 사람들과 만나며 내가 가진 아몬드를 수도 없이 깨며 살고 있다. 마치 지금도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윤재가 도라랑 곤이랑 연락도 계속하면서 엄마랑 행복하게 살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