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세책사 (소설 읽기의 시작과 유행)
페스트 (195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는 전염병이 창궐한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이에 대처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은 이를 통해 인간이 고난 속에서 어떻게 세상과 마주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중에서도 리유라는 인물은 작품의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낸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리유를 통해 까뮈는 고난 속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리유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페스트라는 전염병으로 인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여기서 인상깊은 점은 리유가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유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 리유는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는 말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지만, 그 ‘일‘은 단순한 직업적 수행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노력으로 보인다. 연민이라는 감정은 리유의 인간성을 드러내고, 이는 내가 그와 함께 고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리유의 아내는 오랑이라는 봉쇄된 도시 밖에서 병을 앓고 있는데, 그럼에도 리유는 아내와의 재회를 포기한 뒤, 오랑시에 남아 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택한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오랑시를 탈출하려는 랑베르의 행동과는 상반된다. 하지만 랑베르와 리유의 대화에서 오히려 리유는 사랑을 찾아 떠나는 랑베르를 응원한다. 페스트라는 재앙 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성실함과 의무를 다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리유의 이러한 행동은 카뮈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나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 태도임을 보여 준다. 리유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럼에도 나오는 성실한 선택은 나에게 배울 점을 주었고, 부조리함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리유의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것은 부조리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치를 느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지만, 삶은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연대하며, 자신의 최선 속에서 삶의 의미는 비로소 드러난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은 현대 사회에서 굶주림의 원인이 단순히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님을 강조한다. 흔히 세계 인구가 많아 식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은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사회적 이유로 인해 식량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기아 문제를 “자연재해나 피할 수 없는 불행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구조적 불평등”으로 정의하며, 경제적 탐욕과 정치적 무관심이 이러한 참상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점은, 기아 문제를 체념적으로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바라보는 관점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통된 태도라는 것이다. 나 역시 이전에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무관심하게 생각했고, 현실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곡물 연료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단순히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표면적인 문구만 이해했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곡물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거나 연료로 태우는 이 불균형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실 세계에는 오래전부터 굶주리는 사람들을 먹일 식량도, 이를 해결할 능력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이를 실행하지 않거나 외면해왔다. 심지어 자연도태설을 들먹이며 이를 인구 조절을 위한 세상의 이치라고 합리화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런 부분들을 알게 되니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좁고 편협한 내 세상 속에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며 살았던 과거를 돌아보며, 적어도 사실을 올바로 보고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느꼈다. 또한 이 책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끊임없이 던진다고 느꼈다. 단순히 기아의 실태를 비판하거나 동정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예를 들어, 유니세프와 같은 구호 단체의 활동에 대해 “이것이 정말 해결책인가?”라는 회의적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단 한 명의 아이를 더 살릴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이 가치 있다”는 저자의 신념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불평등과 기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달과 6펜스
고전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작품이기에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혼자서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마침 독서클럽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서 친구들에게 이 책을 다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했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명작이라는 명성에 비해 지루하고, 인물의 행동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고전을 읽어본 경험이 적어서 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읽은 뒤 독서클럽을 통해 교수님, 친구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평을 내렸지만, 교수님께서 이 책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셨다. 주인공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당시 시대 상황을 적용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고, 그 결과 인물과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스트릭랜드가 예술병에 걸려 가족을 모두 버리고, 남의 여자를 빼앗고, 여자를 쉽게 갈아치우는 매우 비도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보면 이는 당연하지는 않더라도 만연하게 일어났을 법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서머싯 몸은 폴 고갱을 모티브로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는데, 실제 폴 고갱의 삶과 스트릭랜드의 삶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다. 가족을 후순위에 두고 예술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는 점과 타히티 섬에서 예술 세계를 펼쳤다는 점이 비슷했다. 하지만 인물의 성격은 다른 부분이 많았다. 스트릭랜드는 예술에 모든 것을 바치고, 그의 그림이 세상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을 싫어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작가가 본인의 예술 세계를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에 투영해서 이 책에 담아낸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 제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달은 예술적 자유로움으로 해석할 수 있고, 6펜스는 화폐의 단위로 사회 규범에 맞춰 살아가는 삶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과 6펜스 중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스트릭랜드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독서클럽, #고전문학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장편소설)
평소 퀴어 콘텐츠를 자주 접하지 않는 입장에서 선택한 이번 독서클럽 도서는 내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사실 ‘박상영’이라는 작가의 책이 요즘 뜨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고, 작가의 문체가 뛰어나다는 소식에 추천한 책이 사실은 퀴어 소설이었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퀴어 소설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혔던 것을 보아, 내가 동성애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소설이 너무 흥미로워서 다양한 주제로 매번 독서 클럼을 할 때마다 흥미진진 했다. 분명 클럽원의 의견이 커다란 원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생각의 차이가 존재해 다양한 입장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우리는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한계였던 것 같다.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동성애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입장 차이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남자)에게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혐오’의 감정이 컸던 것 같고, 또 다른 주변 친구들(여자)에게 같은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는 ‘이해’의 감정이 컸던 것 같다. 토론 주제 중에 ‘주인공들이 2024년을 살아간다면 결말이 바뀌었을까?’하는 주제가 있었다. 이 주제는 참으로 쉽게 답을 할 수 없을 만큼, 현재 대한민국의 동성애 인식에 대한 현주소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사람들에게 미디어나 다양한 콘텐츠로 동성애가 언급되는 것은, 분명 자신의 사랑을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한 권으로 현실 세계를 통달하는 지식 여행서)
예민함이라는 무기 (자극에 둔감해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매우 예민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의 약어로, 1995년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가 도입한 개념이다. 이들은 창의력이나 공감능력이 뛰어나지만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지치거나 좌절하는 단점이 있다. 전세계에서 15~20%가 해당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