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그냥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책의 내용과 내 생각을 비교해보고, 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면서 타인의 가치관에 대해 알아보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22년 1학기 독서클럽 활동으로 이 책을 선정하여 매주차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를테면 자신의 인간관계, 연애관, 힘들고 슬펐던 경험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사실 친구들과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조금 뜬금없고 쉽지 않은 경험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또한 타인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함을 느꼈다. 
 책에서 인상깊었던 이야기를 말해보자면, 모두들 소년병 이야기를 꼽을 것 같다. 한 여인을 사랑했던 소년병이 죽기 직전 누군가에게 제안을 받는다. 그 여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이지만, 그녀 입에서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온다면 소년병은 소멸될 것이다. 소년병은 결국 그녀에게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고 이내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소멸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내가 소년병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오랜시간 고민을 했다. 결국 나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선택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고싶다면 같은 선택을 반복할 것 같다.

데미안 (세계문학전집 44)

데미안은 1장~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구절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나 역시 이 구절을 먼저 알고 책을 읽게 되었다. 여러 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잘 이해가 안 되어 이번 독서토론 활동을 통해 제대로 읽고 해석해보기로 결심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싱클레어는 학교에서 데미안이라는 상급생 소년을 만나게 된다. 데미안은 남들과 달라보였고 싱클레어의 마음을 훤히 안다는 듯 행동하고 다녔다. 싱클레어는 또래 아이들과 달라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데미안이 신기하였지만 크로머와 얽힌 자신의 치부를 데미안에게 드러내게 되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잊지 못하고 꿈속에서 데미안을 찾기도 했으며 결국은 제대로 된 주소도 없이 무작정 데미안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놀랍게도 싱클레어는 데미안으로부터 답장을 받게 되고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극적으로 데미안과 조우한 싱클레어는 이전에 거리를 두었던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데미안을 따르고 데미안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어린아이 같이 군다며 농담을 던졌지만 싱클레어는 함께 하는 나날을 행복해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중 전쟁이 일어나고 데미안은 전쟁에 참여하기로 하며 데미안과 데미안의 어머니, 싱클레어는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싱클레어가 다시 데미안을 만났을 때는 싱클레어가 보초를 서다가 폭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을 때인데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에게 나는 네 안에 있으니 언제든 네 안의 나를 찾으라고 전하며 떠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데미안은 누구인가, 그는 정말 인간일까? 신일까? 허구의 인물일까?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있지만 나는 데미안은 곧 싱클레어가 바라던 이상적인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자아상이 데미안으로 나타나 싱클레어의 10대를 함께 보내주고 마침내 도달하고 싶었던 수준에 이르자 데미안은 싱클레어와 완전히 융합되고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남들과 다른 비범한 모습을 보이는  데미안을 알아차린 것에서부터 싱클레어 역시 또래의 아이들보다 명석함을 알 수 있었기에 알 안에 갇힌 새는 싱클레어, 알을 깨고 나와 비상하는 새는 데미안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이 잊힐 때쯤 한 번 더 읽으면 다른 해석이 나올지도 궁금하다. 심오하고 어렵지만 그렇기에 토론 주제가 많이 생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IT시대의 필수 교양서)

이 책은 비전공자의 시선에서 어렵지 않게 IT 산업에서 꼭 필요한 지식들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공학부에 재학중인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그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접했던 내용들이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API와 같은 개념들도 책에서 비유를 통해 쉽게 설명해주어서 헷갈렸던 부분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배울 때는 딱히 궁금증을 갖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던 부분들도 막상 책에서 질문을 하며 짚어주니 덩달아 궁금해졌고, 그에 대한 답도 저자가 쉽고 명확하게 답해주어서 좋았다.  또, 아직 개발을 직접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실제로는 어떤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는지, 다른 사람들과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현업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협업해야하고, 각자의 분야만 공부하기보다는 서로의 분야에 대해서도 공부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직군의 업무도 잘 이해하고 배려도 필요할 것 같다. 전공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자고 마음 먹어도 어렵게 느껴져서 쉽게 도전하지 못했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관련 내용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복잡한 지식들을 쉽게 설명해 놓아 IT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비전공자이지만 개발자와 일하거나 일할 사람들, 앞으로 개발자가 될 사람들, 프로그래밍에 대한 개념을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나는 살면서 미술관에 가본 기억이 없다. 아마 어릴 적엔 가본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철이 들고 난 이후는 안 가봤다. 하지만 이번 방구석 미술관 강연을 들으면서 미술관에 가서 차분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한 현실에 잊고 있던 문화 생활이 떠오르는 그런 강연이었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사실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을 알고는 있었는데 읽어볼 기회가 없어서 이번 강연으로 작가님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항상 나도 미술관이나 전시를 보러 갈때면 그림의 의도가 내 생각과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혹여나 내가 잘못 해석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어 미술관을 잘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일단 내가 이때까지 작품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느낀 그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말이 와닿았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라고 한 말도 인상깊었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강연을 듣고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느껴도 된다는 말을 들으니 미술관이나 전시를 보는것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국의 능력주의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작가가    제일 인상깊은 말은 불평등의 대안으로 평등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말로써만 보면 평등은 정의롭고사회가 지켜야나갈 약속이라고 생각하여 처음에는 평등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것이 왜인지 의문이 들었다불평등을 해결하려면 평등해야하지 않나? 하지만 이는 나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고, 오히려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반성하게 되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능력주의를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것이 능력주의자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작가가 예시를 들며 설명한 근거를 보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권리를 당연시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작가가 계속 능력주의의 문제들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은 같다. 작가는 대한민국이진정한 민주주의, “형식적 민주주의 아닌실질적효과적 민주주의 나아갈 있기를 바라는 같다. 

지옥변 (세계문학의 숲 13)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중 가장 인상깊게 읽은 지옥변이다. 내 전공도 미술이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지옥변 속의 등장인물 요시히데에게 관심이 많이 간 것 같다.
화공인 요시히데는 영주인 호리카와에게 의뢰를 받아 지옥변의 병풍을 그리게 된다. 요시히데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질좋은 참고자료가 필요하면 제자들이라도 자료로 이용하는 사람이어서 지옥의 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제자들을 새에게 쫓기게 하거나 꽁꽁 묶어두는 등 혹사시킨다. 그런 요시히데에게 금지옥엽으로 애지중지하는 딸이 하나 있는데 이 요시히데의 딸은 호리카와 영주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고 있다. 요시히데의 딸에게 호리카와 영주가 흑심을 품고 있는듯한 묘사가 나오며 이 때문에 요시히데가 호리카와 영주에게 적대적으로 나온다. 호리카와 영주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요시히데 부녀가 눈에 거슬린다. 호리카와 영주는 요시히데에게 생생한 참고자료를 제공해주는 척하며 요시히데의 딸을 마차에 넣어 불태워버린다. 요시히데는 불에 타는 딸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한다. 지옥변은 뛰어난 수준으로 완성한 후 요시히데는 자살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나는 요시히데가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에 관심이 갔다. 요시히데가 사용하는 방법은 자료의 모델을 서주는 사람은 힘들겠으나 굉장히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요시히데처럼 명성이 자자한 화공이라도 참고자료는 항상 좋은 걸 쓰는구나, 오히려 참고자료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만드니 뛰어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요시히데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는 몰라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는 존경하게 만드는 사람인 것 같다.
이 소설에 더 애정이 가게 만들고 가장 좋았던 장면은 수레마차를 태우는 부분이다. 직접 책 속의 묘사를 읽으면 머릿 속으로 금박같은 불티와 검은 먼지며 수레를 둘러싸고 앉아있는 사람들이며 수레에서 나오는 불빛을 받고 있는 요시히데의 옆얼굴이며… 정말 그 풍경을 본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와서 너무 좋았다. 이 아름다운 묘사가 소설의 주제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았다. 이 장면에서의 요시히데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사랑하는 딸이 죽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럽지만 요시히데는 눈 앞의 아름답고 참혹한 풍경에 매료되어간다… 요시히데의 딸을 향한 애정은 매우 크다고 소설 내에서 반복해서 나온다. 하지만 그 애정이 예술을 향한 애정에 못 미쳤을 뿐이다. 수레 속에 든 것이 자신의 딸이 아니라 모르는 하녀였다면 지옥변을 그 정도로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시히데도 이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붙잡혀있는 요시히데가 딸을 구하려고 발버둥치던 것을 멈춘 순간 요시히데의 마음 속에서 우선순위가 확고해졌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더 뚜렷하게 마음에 남는 장면이었다.

방구석 미술관 2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한국)

모나리자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은 유명해서 그동안 많이 봐았지만 이번 강의를 통해서 그동안 작품 속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까지는 어떤 미술 작품을 보거나 해석할 때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남들이 얘기해주는 대로만 작품을 관찰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고 나의 생각과 견해로 작품을 해석해보면서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