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수식어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처음 알게 된 박웅현님은 30년 간 광고 일을 하는 분이다. 또한 일과 동떨어져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책 읽기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나누는 작가의 삶을 살기도 한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등 그의 책을 천천히 읽어 볼 생각이다.
‘여덟단어’를 읽는 틈틈이 내가 겪은 시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
10대까지는 오로지 가족 그리고 친구였고 본격적으로 성인이라고 간주 되었던 20대, 방황은 아니었지만 뭔가 목표는 있어야 할 텐데 목표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고 타인을 꽤 의식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30대가 다가올 때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막상 30세에 딱 들어서니 심리적인 것 말고 딱히 별다른 큰일이 생기진 않았다.
인생의 가장 큰 변화를 겪기 시작한 30대, 막연히 결혼은 서른에 해야지 했는데 정말 서른에 결혼을 하고 32세 35세에 아이들을 출산했다. 시댁의 육아 지원으로 맞벌이를 할 수 있었고 하루하루 울고 짜고 한편으로는 파이팅 하며 정신없이 지내왔다.
앞으로 만들어 갈 나의 40대는, 밤새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아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차분한 느낌, 그런 느낌으로 나의 40대를 만들어 가고 싶단 생각을 한다. 어쩌면 현실적으로는 30대 때보다 더 고군분투이어야 할 일상들이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한 번 돌아보고 앞으로의 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는 나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타이밍에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수식의 ‘여덟단어’ 가 눈에 띈 것이다. 남편에게 물었다. “이 책 어땠어?” 남편이 말하길 “ 뭐 열심히 살라는 거 아닌가? 책 많이 읽고? 잘 모르겠네.” 김이 훅 센 느낌이었다.
책이나 영화 같은 어떤 작품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쉬운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그것이 통했을 때 그 대화가 얼마나 재미있고 깊이가 생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니 책을 앞으로 꾸준히 읽어야겠다.
남편과 달리 난 이 책을 내가 20대에 읽었었다면 이렇게 인상적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 책을 읽은 것이 행운이라는 감상을 하게 됐다.
박웅현 작가는 책 속에서 삶의 태도에 대한 여덟가지 화두를 제시한다.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
단어들만 보면 좋은 책에서 늘 보던 단어들이지만 각자의 해석 혹은 입증할 만한 경험들에 따라 공감을 얻는 정도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공감을 얻었고 앞으로의 다짐도 이끌었다.
30대가 너무 쏜살같이 지나갔음에 놀라는 요즘, 그럼 50대를 준비해야겠어! 라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했다. 계획을 세우고 이를 문서화해둘까? 연도별로 가족의 각자 대소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표를 만들어 두고 미리 준비할까? 이런 업무식 사고투성 이었다. 물론 모르기보다는 알고 있음이 나쁠 건 없다. 다만, ‘현재’를 놓치고 있음을 간과했다. 여덟단어 중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감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눈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주변의 지금 모든 것들이 그냥 ‘현재’인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나의 현재, 더 성장한 내 삶의 합 중에 아주 영향력 있는 순간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를 개처럼 살기로 했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하는 일에 성의를 다한다면 그 즐거움이 더없이 클 것이다. 삶은 경주가 아니라 순간의 합이다.”
여덟단어 중 ‘현재’의 가치를 나에게 아주 깊게 이해시킨 박웅현님의 말이다.
다른 답은 나의 답이 될 수 없음을 알고 내 답이 옳다라는 나의 자존을 바탕으로 마음을 다해 현재를 살아간다면 시간이 꽤 흐른 시점에는 목표하지 않았어도 내가 원하는 방향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삶은 순간의 합이다’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면 삶의 끝에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정말 동의하는 글귀다. 인생에 정답은 없으나 다만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현재인 것. ‘Be myself’ 내 안에 그럴만한 실력이 있다는 자존을 장착하고 일희일비 흔들리지 말고 묵묵히 내가 생각하는 본질을 꽉 붙들어 현재를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나의 기준점은 바깥 어딘가가 아닌 내 안에 두고 말이다.
인생은 “묵묵히 자기를 존중하면서, 클래식을 궁금해하면서, 본질을 추구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고, 깊이 봐가면서, 지혜롭게 소통하면서 전인미답의 길을 가자.” 행운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 그 자리를 행운의 공간으로 전환 시키는 것. 여덟단어를 응축시킨 이 한 줄을 매일 아침 명상 한 줄로 삼아 나의 것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