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천국 (정유정 장편소설)

절벽 끝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내용과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그걸 깨닫는 게 얼마나 힘든지 나는 몰랐다, 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인생을 살아가기 힘든 순간에는 살아가야 할 어떤 이유를 찾기 보다는 이미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지 스스로를 위로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또, 죽음을 선택 할 자유가 있다면, 그만큼 삶을 선택할 자유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라는 구절도 좋았다. 죽음 앞에 선 이들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모두가 그렇게라도 자살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꼭 무언가를 해내고 견뎌내야만 가치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보다는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용의자 X의 헌신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갈릴레오 시리즈 3)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유명하고 대표적인 추리 소설이다. 야스코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후, 야스코의 이웃 이시가미가 그녀의 범죄를 덮어주기 위한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추리 소설 답게 아무도 예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반전이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는 결말의 여운이 더 인상 깊었다. 
이시가미의 행동들은 정말 저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헌신적이다. 특히 그녀의 범죄 사실을 숨겨주기 위해 직접 저지른 일은 경악을 금치 못 할 정도였다. 복잡한 감정선을 이해 하는데에 큰 감정이 소모되었다. 기어코 제목처럼 끝까지 헌신을 해낸 이시가미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결말이었다. 이유가 사랑뿐은 아닌 것 같았다. 구하고자 했던 게 정말 야스코뿐이었을까?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장편소설)

이 책은 아주 쉽게 읽히는 편이었다. 동화 속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묘사 되는 것과 아주 무거운 이야기도 무던하게 흘러갔다.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죽은 자는 고백 할 수 없지만, 산자는 고백 해야 한다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살아있다면 그들이 가진 상처와 이야기를 풀어내야만 한다고 말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간들이 하는 교감이 얼마나 큰지를 강조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갈등 역시 아주 사소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소통을 시작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 제목처럼 스스로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할 수 있었다. 극단적인 차별 주의자가 아니어도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차별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심도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무심코 하는 일상 생활에서의 말과 행동에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 해야 하고, 그것을 방지 하기 위해서는 늘 반성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 했다. 차별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유리 천장을 내어주거나 제한을 둘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꼭 스스로 검열 하는 과정을 가져야겠다고 한 번 더 깨달았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반짝 에디션) (제1회 일본감동대상 대상 수상작)

극단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내용은 아주 희망적이고 열정적이었다. 주인공 아마리는 일 분도 낭비 하지 않고 일 년 후 자살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결심 하기 전 소극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낮밤 할 것 없이 일을 하여 돈을 모으고, 몸을 가꾼다. 그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마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감 한다. 
그 중 누구보다 바쁘게 인생을 살아가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인상 깊었다. “하고 싶은 걸 못 하면 죽을 때, 엄청 후회하게 될 거야.” 그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끝을 상상해보지 않는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 하기도 하고, 또 울적해지는 기분이 싫어 일부로 회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처럼 인간의 삶이 반짝일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유한하기 때문, 끝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늘 끝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을 반짝거릴 수 있도록 한껏 즐겨야 하는 건 아닐까?
참 모순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인간이 간단하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하지 못 할 일도 없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 한다면 큰 슬픔을 느낄 것은 분명했다.

누굴 죽였을까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책이었다. 어렸을 때 철 없는 행동으로 저지른 우발적인 살인이라고 묘사 되는 내용은 객관적으로 본다면 절대 그렇게 가볍게 치하 될 문제가 아니다. 고등학생밖에 안 되는 남자 셋이서 저지른 일은 한 남자의 평생을 앗아간 것뿐만 아니라 한 가족의 몰락을 불러온 일이다. 놀라운 점은 그들은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그럴싸하게 인생을 살아갔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주동자 남자는 그 일을 무용담처럼 내보이기도 했다. 현실에서도 그런 식으로 살인의 진실이 드러나는 일이 꽤 있다고 한다. 단서 하나 없던 오래 된 범죄가 술자리에서의 즐거운 폭로로 풀리기 시작하는 일은 흔하기도 하다.
분명 세 남자 모두는 그 날의 일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생의 큰 일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잊고 싶을 정도로 죄책감이 든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며 인생에 있어서 사소한 일로 치부 될 정도로 실수 정도로 인식 하고 기억 하기도 하며, 또 볼품 없는 인생에 있어서 무용담으로 내보일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이 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자신이 저지른 짓의 남자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도 자신을 사랑했냐고 물었다. 인간의 역겨움을 느꼈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 한다.
인간은 남의 큰 불행보다 당장 손톱 사이에 낀 가시가 더 아프다고 느낀다. 아마도 죽은 남자와 그의 가족들의 아픔보다 당장 여자친구에게 배신 당한 슬픔을 더 크게 느꼈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 자살을 하는 결말까지도 역겨울 정도로 비겁하다고 느꼈다. 죄책감 때문이라고 생각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들을 감내하고 받아낼 용기가 없기 때문에 한 행동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끝까지 자신이 저지른 짓은 그저 철 없을 때 친구들이 저질러버린 일을 도왔다고 생각 하며 죽었을 것이다. 책을 전부 읽고도 찝찝할 정도로 역겨움을 느꼈다.

홍학의 자리 (정해연 장편소설)

인간은 절대 누구에게도 의지 하지 못 하는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마지막에 남는 것은 혼자이다. 끊임 없이 공감을 받고 싶어하고 동조 받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건 오로지 혼자만의 힘이다. 다은은 불행한 유년 시절과 나아지지 못 하는 현실에 단단한 내면을 형성하는 데에 실패한 인간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극복할 수 없었고, 지지해 줄 수 있는 가족을 만들고자 했다. 주인공은 불행하게도 그렇게 해주거나 올바른 방향을 제시 해주지 못 하는 인간이다. 글을 읽는 내내 다은이라는 캐릭터가 불쌍했다. 마지막에는 추리 소설을 읽는데도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그 누구에게도 완전한 위로를 받지 못 해 인생을 포기 해버린 다은이 다음 생에는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단단한 자아를 형성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5번 레인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은소홀 작가님의 5번 레인을 읽어보았다. 수영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그 나이의 우정 그리고 성장속 아픔 또 자아에 대한 고찰을 정말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을 보며 나도 같이 기뻤던 것 같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장편소설)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어보았다. 처음엔 제목을 보고 아버지의 고된 삶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았았는데 전혀 다른 이념에 대한 이야기여서 새롭고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빨치산이라는 꼬리표에 갇힌 아버지의 이야기.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커버 에디션)

무라세 다케시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어보았다. 친구에게도 듣고 여러 인터넷에서도 많이 접해본 책이라 기대감이 컸었는데 충족되는 훌륭한 책이었다. 삶과 죽음, 이별에 대한 심도 깊고 애절한 얘기를 담은 소설인 것 같다.